잠실 리포트: 영리한 루이스·먼로, 오리온 1Q 부진을 삭제했다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두 외국선수가 오리온을 수렁에서 건졌다.

오리온은 18일 SK와의 원정경기서 최악의 출발을 했다. 16일 절대 1강 현대모비스에 대패를 당하며 흐름이 깨진 상황. 경기 전 추일승 감독은 리바운드를 강조했다. 선수들의 응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한 마디.

오리온의 초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1쿼터에 단 8점에 그쳤다. 대릴 먼로, 제쿠안 루이스가 잇따라 질 좋은 패스를 건넸다. 그러나 국내선수들이 골밑에서 이지샷을 너무 놓쳤다. 노마크 오픈 3점슛도 계속 놓쳤다. 먼로 대신 루이스가 1쿼터 중반 투입됐으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다만, 두 가지 복선이 있었다. 일단 SK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애런 헤인즈, 최준용에 이어 김민수마저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 김선형이 주도하는 속공, 리온 윌리엄스의 골밑 공격 외에 인상적인 모습은 없었다. 오데리언 바셋은 여전히 속공과 돌파 외에 다른 공격루트는 없었다.

오리온은 1쿼터 중반 제쿠안 루이스를 투입해 박상오에게 윌리엄스 수비를 맡겼다. 박상오가 그럭저럭 잘 막았다. 최진수도 최부경을 잘 견제했다. 그 사이 루이스가 사이드슛과 스틸에 이은 최진수의 속공을 돕는 장면이 나왔다.

추일승 감독은 "올 시즌은 수비농구"라고 말했다. 멤버구성상 다양한 수비와 확률 높은 속공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 시즌. 지난 시즌에도 그랬고, 올 시즌도 마찬가지. 2쿼터 들어 하프라인 프레스 후 지역방어와 스위치 맨투맨을 지속적으로 바꾸면서 SK를 혼란에 빠트렸다.

이때 루이스가 절묘한 손질로 잇따라 SK 공격을 차단, 속공 득점을 이끌었다. 확실히 루이스, 먼로 두 외국선수는 이타적이다. 팀 오펜스에 최적화된 선수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외국선수 밸런스가 가장 좋은 편이다. 득점 폭발력도 얼마든지 있다. 먼로가 KGC전서 보여줬고, 이날 루이스도 1~2쿼터에 간간이 몰아쳤다.

SK가 오리온 루이스가 볼 운반을 할 때 지역방어를 했다. 그러자 오히려 루이스-김강선, 루이스-최진수의 연계플레이가 잇따라 나왔다. 루이스의 패스를 최진수가 전반 버저비터 3점포로 연결, 1쿼터 부진을 극복했다. 올 시즌 오리온이 복병이라는 걸 암시하는 장면.

3쿼터에는 먼로, 루이스 두 외국선수의 연계플레이가 잇따라 나왔다. 루이스는 수비수를 헤집은 뒤 뒤에서 따라오던 최승욱에게 절묘하게 연결, 득점을 도왔다. 최진수, 김강선을 중심으로 전반전에 지독하게 터지지 않던 외곽포마저 터지기 시작했다. 연계플레이에 의한 오픈찬스를 마무리,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김선형에게 실점하자 공을 잡은 먼로가 재빨리 백코트한 김강선에게 연결, 속공 득점으로 응수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먼로는 1쿼터 첫 득점도 그렇게 만들었다. SK 최부경이 자유투 2구를 놓치자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김강선의 득점을 도왔다.

2~3쿼터에 좋은 흐름을 탔고, 4쿼터 들어 오리온의 응집력이 급격히 올라갔다. 최승욱이 SK 수비수 2명을 뚫고 뒤에서 공격리바운드를 잡고 득점을 올린 게 대표적 장면. 비교적 잠잠하던 루이스의 득점마저 나오면서 스코어를 쭉쭉 벌렸다. 경기종료 4분7초전 66-53.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73-58 완승.

올 시즌 오리온은 복병이다. 멤버구성에 비해 부상, 조직력 저하로 고전하는 팀들에 비해 출발이 나쁘지 않다. KGC와 SK는 분명 오리온보다 강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타적인 두 외국선수가 이끄는 오리온 팀 오펜스는 결코 만만치 않다. 여전히 국내선수들과 손발이 완벽히 맞지 않는 걸 감안하면 시즌을 치르면서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루이스와 먼로는 어시스트 12개를 합작했다.

[먼로(왼쪽)와 루이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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