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의 틈] 서현, 두 달의 '시간'을 보내며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부르기만 해도 고단함이 느껴지는 이름이 있다.

20일 종영한 MBC 드라마 '시간'에서 설지현 역의 서현은 두 달 내내 울었다. 첫 회부터 동생 지은(윤지원)이 사망하고 이어 엄마 양희숙(김희정)에 천수호(김정현)까지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 보내며 지현은 멈춰진 시간 속에 홀로 남겨진 채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서현은 가꿀만한 여유가 없는 설지현이란 역할을 위해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펑펑 울고 나면 화장이 지워져 눈물 자국이 남기 마련인데 서현은 달랐다. 못생겨 보일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도 화장기 없는 얼굴을 고수한 것. 사소한 부분이나 연기에 대한 서현의 진지한 자세가 느껴져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재벌 2세 천수호의 갑질에 무릎을 꿇고, 경찰서 바닥에 주저 앉아 진실을 밝혀달라며 오열하는 장면들은 서현을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만 기억하는 시청자에겐 분명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연기였다.

서현에게 '시간'이란 첫 미니시리즈 주연작이고 그의 이름은 주연 배우들 중 가장 유명했으며 인지도로 좀 더 수월하게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연기돌을 향한 우려도 씻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뒤따른 작품이었다.

시청자들은 재벌가의 비밀에 다가서는 설지현의 감정선을 차분히 따라가며 배우 서현의 존재감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아쉬움도 있다. 서현은 출중한 연기력을 겸비한 김정현과 기울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지만 서사가 후반에 이르렀을 땐 조금 흔들리는 모습도 역력했다.

김정현이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를 결정한 즈음에서 서현도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한계에 직면한 듯했다. 맥없이 읊조리는 대사나 발성 등의 문제는 서현의 연기를 급격히 단조롭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서현의 '시간'을 두 달여간 지켜보며 제작발표회에서 장준호 PD가 밝힌 서현에 대한 평가가 여주인공을 위하는 으레 하는 칭찬이 아니었음을 실감하게 됐다.

"태도가 너무 좋았어요. 인성도 그렇고 단순한 선함이 아니라 내면에 단단함이 있는 것 같고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방송 화면]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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