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김우형 "극강의 캐릭터 쇼킹, 반응 너무 짜릿해"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제까지 이런 변신은 없었다. 뮤지컬배우 김우형이 이토록 파격적인 변신을 할 줄은 몰랐다. 김우형은 뮤지컬 '마틸다'를 통해 그간의 연기 활동 중 가장 강렬한 비주얼과 존재감으로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주고 있다.

김우형이 출연중인 뮤지컬 '마틸다'는 작가 로알드 달의 원작을 뮤지컬화 한 작품으로 물질주의에 찌들어 TV를 좋아하고 책을 증오하는 부모와 오빠, 아이들을 싫어하는 교장 선생님 틈바구니에서 치이는 어린 천재소녀 마틸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한 코미디 뮤지컬이다.

극중 김우형이 연기하는 미스 트런치불은 마틸다가 다니는 학교 교장으로 아이들을 싫어하고 괴롭히는 인물이다. 마틸다와 제일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악역이다.

'마틸다' 공연 후 관객들은 김우형의 파격 변신에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미스 트런치불은 일단 큰 체구와 비주얼로 보는 이들을 압도시키고, 표독한 모습으로 강렬함을 전한다.

김우형은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겠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요하는 작품이라 되게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극강의 캐릭터고 코믹적인 요소도 너무 많지만 굉장히 진지하게 하고 있다. 저희는 코미디를 하지 않는다. 절대"라며 "그냥 웃긴 거다. 그 사람이 생각과 행동하는 것들이 굉장히 우스운 거고 기발한 거다. 그 상황들이 웃긴 거지 코미디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 미스 트런치불 역에 대해 잘 몰랐는데 찾아보면서 '아니 이런 역할이 있다니' 했어요. 너무 쇼킹했죠. 오디션을 앞두고 고민을 했는데 갑자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러 역할을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해볼 수 없는 역할이 아닐까' 했죠. 지금 14년차인데 이제 이런 연기적인 모험, 도전에 대해서는 과감해지는 것 같아요. 흥미롭고요."

김우형은 "요즘 내가 갈수록 못생겨지고 있다"며 웃었다. "못생긴 이 역할, 정말 되게 독특한 이 캐릭터를 하면서 객석에서 보는 반응들에 굉장히 짜릿짜릿하다"며 "실제로 가까운 지인이나 오랜 팬들도 충격을 받았다. 근데 또 좋아하더라. 그들의 어떤 충격적인 눈빛들과 반응들이 너무 짜릿하다. 완전히 완벽한 도전, 완벽한 변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오디션은 쉽지 않았다. 굉장히 디테일 했다. 연기, 노래는 물론 몸도 많이 써야 했다. 리본체조에 덤블링까지 해야 했다. 긴 시간 동안 오디션을 보며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이거 떨어져도 무방하겠는데?'라는 생각까지 했다. 때문에 미스 트런치불 역에 확정된 뒤 자랑스러운 것은 물론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다.

'마틸다'에 합류하게 된 기쁨도 잠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고 미스 트런치불이 되기까지는 역시 쉽지 않았다. 몸을 압박하는 무거운 의상과 독특한 분장은 김우형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하게 했다.

그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땀이 줄줄 새요. 의상도 특이하고 분장도 그렇고 정말 가지가지 한다고 한다"며 웃은 뒤 "이에 니코틴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한 액체를 바르고 다리에는 본드를 바른다. 또 못생긴 분장에 똥머리 가발까지 쓴다"고 말했다.

"사실 가발만 썼을 때까지는 무협 판타지 액션 사극에 나오는 할아버지 정도 같아요. 그러다 점 하나를 찍는 그 순간 완전히 달라지죠. 이 점이 정말 중요했구나.. 이렇게 못생길 수가..(웃음) 점에 털이 세가닥 정도 나있는데 정말 공을 들여서 못생김을 표현해요. 멋진 남자 역할을 많이 했는데 여장도 처음이고 이렇게 못된 비주얼은 처음이라 신선해요. 분장과 의상이 굉장히 불편하다보니 몸에 긴장감을 주면서 진짜 트런치불로 변하게 하는 것 같아요."

공을 들인 비주얼인 만큼 분장 시간도 만만치 않다. 한 번에 끝나는 분장도 아니고다. 하나씩 하나씩 미스 트런치불이 되어 간다.

김우형은 "공연 시작 전까지 계속 분장을 한다. 또 이는 내가 칠한다"며 "그래서 분장을 지울 때 감회가 새롭다. 너무 힘들어서 몸이 다 젖어 있는 상황에 분장을 지우고 하나하나씩 내 모습으로 돌아올 때, 또 제일 마지막에 강한 물줄기의 샤워기로 이에 있는 니코틴 분장을 날려버릴 때의 그 쾌감, 누렁니가 하얀니가 돼가는 쾌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외적인 부분 외에 기술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리본체조부터 치마를 입고 뜀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까지, 미스 트런치불의 연기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잘 잡고 가야 한다.

"리본을 떨어트려도 무방하긴 하지만 그래도 떨어트릴까봐 너무 걱정된다. 내가 무슨 손연재도 아니고 정말 부담된다"고 밝힌 김우형은 "굉장히 테크닉적으로 요구하는 게 많다.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내가 하는 대사에는 가슴 깊이 울리는 대사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기적인 화술, 무대 위에서의 표현, 몸의 형태들이 다 기술이에요. 보통 저같은 경우 연기할 때 이성적인 연기, 감성적인 연기를 50대 50으로 섞어 놓고 하는 게 기본이고, 그날에 다라 비율이 달라지거든요? 근데 '마틸다'는 80 이상이 이성이에요.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되죠. 여전히 다시 한 번 가사와 대사를 곱씹으면서 연기를 시작해요."

김우형은 인터뷰 중에도 무의식적으로 미스 트런치불의 표정과 몸짓을 살짝 보였다. 그만큼 캐릭터에 푹 빠졌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독보적인 캐릭터죠. 극혐이고요.(웃음) 근데 또 관객들이 귀여워 해주세요. 트런치불은 자기가 하는 행동이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찌 됐든 '마틸다'는 번역이 관건인데 거부감 없는 정도로 번역을 잘 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전달이죠. 이 작품은 따뜻하고 아름다워야 해요. 관객들이 행복함을 갖고 가야 하죠."

그는 "주위에서는 내 차기작으로 '마틸다'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예상도 하지 않더라"며 "도전은 늘 신선하고 떨린다. 그 자체가 재밌고 흥미롭다"고 털어놨다.

"배우란 항상 멋있어 보이고 근사해 보이고 싶지만 진정한 근사하고 멋짐이 어디서 나오느냐 생각했어요. 어떤 무대에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집중하고 그에 대해 치열한 무대 열정을 보여줬을 때, 진짜 박수 치고 싶다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게 진짜 멋있는 모습이 아닐까요?"

확실히 김우형은 '마틸다'를 통해 스펙트럼을 더 넓혔다. 그는 "사실 그동안 멋있는 역할도 많이 해봤다"며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이젠 새로운 변화들, 다른 발걸음, 단계들에 도전해보는 것이 배우 인생 목표이자 걸어갈 길이에요. 주위에서도 '너는 이제 배우 수명이 한 10년 더 길어진 것 같다' ,'앞으로 할 게 더 많아지겠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해요. 기대가 되죠"

[MD인터뷰②]에 계속

뮤지컬 '마틸다'. 공연시간 160분. 2018년 2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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