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서치’, 자녀의 마음을 ‘서치’하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영화 ‘서치’는 ‘스타트’로 시작해 ‘셧다운’으로 끝난다. 대부분의 러닝타임이 모니터 앞에 앉은 아버지 데이빗(존 조) 시점으로 펼쳐지는데, 온갖 사진, 동영상, 문자 메시지, SNS가 쉴 새 없이 쏟아지며 관객을 화면 속으로 끌어 들인다. 그야말로 관객을 셧다운시킨다.

기발한 형식=딸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데이빗은 딸이 실종됐음을 직감한다. 경찰이 즉각 조사에 나서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는다. 실종된 밤, 마고가 향하던 곳이 밝혀지며 하나 둘씩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딸의 노트북을 열어본 데이빗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경찰이 밝혀내지 못한 단서를 찾아낸다.

언뜻 ‘블레어 위치’가 떠오르지만, ‘서치’는 한발 더 나간다. ‘블레어 위치’가 파운드 풋티지의 형식으로 공포감을 유발했다면, ‘서치’는 ‘스크린 라이프’의 실생활을 제한된 시점으로 재구성하여 스릴감을 끌어올린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서치’는 ‘온라인은 모든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에 착안해 ‘스크린 추적 스릴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실종된 딸을 찾는 과정에서 온라인의 허상이 드러난다. 마고와 친하지 않았던 학교 친구들은 갑자기 애도의 마음을 드러내며 ‘친한 척’을 한다. 아무 상관없는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가져와 자신인 척 행세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버지를 범인으로 단정짓는 유튜브 동영상은 급속도로 확산된다. 온라인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는 공간이다. 이곳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네티즌으로 들끓는다.

딸의 마음을 ‘서치’하라 = 아버지는 온라인을 이잡듯 뒤지면서 단서를 찾아내는데, 이는 곧 범인을 잡는 과정이자 딸의 마음을 알아내는 여정이다. 데이빗은 가출한 것 같다는 경찰의 말에 “내 딸은 내가 잘 알아요”라고 응수한다.

부모의 대표적인 실수 중 하나는 “내 자식은 내가 잘 알아”라는 착각이다. 사춘기 자녀는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격체이다. 자식을 단순하게 유전적 친화성으로만 대할 때, 가족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가고, 급기야 깨지는 파국에 이른다. 부모가 경계해야할 것은 자식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오만과 모든 것을 보호하겠다는 맹목이다. ‘서치’는 아버지와 딸 사이에 단절됐던 마음의 끈을 찾아낸다.

딸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데이빗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빠가 널 제대로 알지 못해서 미안해.”

[사진 제공 = 소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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