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숙의 딥썰] BTS는 기적일까? 중소돌의 씁쓸한 퇴장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중소기획사에서 야심차게 론칭했던 아이돌그룹이 무기한 활동중단을 공지하며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미래 등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다.

소년공화국은 12일 공식 팬카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랜 시간동안 소년공화국의 컴백을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로열패밀리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리게 돼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오랜 고민 끝에 소년공화국 멤버들과 회사는 그룹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는 것으로 협의했다"며 "이로 인해 그룹으로서 로열패밀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라이브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공지했다.

해체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는 상황. 그나마 소년공화국은 팬들을 위한 마지막 무료공연을 개최하며 제대로 된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다른 그룹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크나큰은 최근 소속사 YNB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따로 팀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멤버 김유진은 공황장애 치료 등을 이류로 팀을 탈퇴했다.

크나큰의 소속사 YNB엔터테인먼트는 소속가수 대부분이 팀을 탈퇴하거나 회사를 이적하며 수익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 2016년 데뷔한 크나큰 역시 올해 4월 싱글 앨범 발매 이후 활동이 전무했다.

크나큰 멤버들은 새로운 회사에서 팀을 꾸리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신인 아이돌이 쏟아져나오는 가요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3년 차 아이돌이 새롭게 자리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소돌의 생명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은 데뷔 1년 9개월 만에 활동 중단을 하게 된 걸그룹 보너스베이비로 알 수 있다. 마루기획의 첫 걸그룹이었던 보너스베이비는 멤버 공유가 팀을 탈퇴함과 동시에 잠정적으로 멤버 전원 활동을 중단했다. 소속사는 개인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나, 개인 인지도가 낮은 멤버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중소기획사에서 시작해 한류를 넘어 전세계를 뒤흔드는 방탄소년단이 '흙수저'의 기적을 보여주는 시대. 하지만 말 그대로 기적일 뿐이다. 대기업이자 대형 엔터테인먼트인 CJ ENM, SM 엔터테인먼트, 카카오M 등은 중소 기획사를 인수하고 합병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고, 중소 기획사는 공룡엔터에 치이며 자생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CJ ENM과 손을 잡고 합작사를 설립하지 않았나.

이전이라면 의리로, 마지막 희망이라는 끈을 잡고 앨범을 내고 계약 기간까지 팀을 존속시켰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더이상 중소기획사가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만큼 중소기획사의 아이돌은 도전해볼 기회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돌 과잉공급의 시대에서 부익부빈익빈의 논리는 한층 견고해졌다.

[사진 = YNB엔터테인먼트, 유니버셜 뮤직, 마루기획 제공]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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