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동물농장, 서로 얼굴만 보면 싸우는 두 견공의 속사정은?

- 수컷의 경쟁심리를 잘 다스려야 한다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지난 29일 오전에 방영된 SBS ‘TV동물농장’은 얼굴만 보면 싸우기 바쁜 두 대형견의 사연을 공개했다.

제보자 가족은 시베리안 허스키 ‘오라이’와 ‘효진이’,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매직’ 총 세 마리의 견공을 키우고 있다. 효진이는 모두와 원만하게 지낸다. 하지만 오라이와 매직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서로 얼굴만 보면 이빨을 드러낼 정도로 신뢰관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로 얼굴을 볼 수 없는 격리 공간에 가두면 그제서야 안정을 취했다.

매직과 오라이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이빨에 물려 움푹 패여 있는 여러 상처들은 둘의 싸움이 얼마나 격한지를 잘 보여줬다. 또 이날 방송에서 돌발상황으로 싸움이 벌어졌다. 피를 보고 나서야 끝난 싸움은 결국 깊은 상처를 남겨 봉합으로 이어졌다. 치료를 담당한 수의사는 “대형견 싸움에서 이정도 출혈량은 정말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견끼리 본격적으로 싸우면 목숨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의 고통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싸움을 말리던 남편 역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 장갑을 끼고 이불까지 동원해 싸움을 말렸지만 결국 피를 보고 말았다. 싸움을 하는 쪽과 말리는 쪽 모두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다른 집에서 떨어져 지내지 않는 한 완벽한 격리는 어렵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미군인 남편이 한국으로 파견되면서 가족과 함께 한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내년 6월에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동물보호법으로 동물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그만큼 책임에 대해서도 엄하게 묻는다. 개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면 보호자가 처벌을 받는다. 개가 일으키는 사고는 모두 주인의 책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개를 안락사 시킬 수도 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오라이와 매직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 서열싸움 문제, 리더인 주인이 중심을 잡아야

전문가는 효진이를 싸움의 원인으로 꼽았다. 매직과 오라이는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는 2년 동안 우애가 두터웠다. 하지만 식구가 셋으로 늘어나면서 서열을 두고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둘이 싸우기 시작한 시기가 효진이를 입양했을 때와 겹쳤다. 먼저 공격성을 보인 쪽은 매직이였다. 오라이는 계속 피해 다녔지만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결국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개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배욕이 강한 수컷은 서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평소에 얌전한 수컷도 한번 지배욕이 발동하면 공격성을 누그러트리기 어려워진다. 이때 주인이 ‘알파’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늑대 무리에서 알파는 리더를 뜻한다. 개는 늑대의 후예로 무리생활을 하던 습성이 남아있어 주인을 리더로 여기고 따른다. 그만큼 주인의 책임도 커진다.

방송에서 전문가는 긍정 강화 훈련법으로 둘 사이에 고조된 긴장을 완화시켰다. 오라이와 매직이 한 공간에 머무를 때 얌전히 있어야 주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실제로 둘의 거리는 상당히 가까워졌다. 긴장을 풀고 바닥에 눕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긍정 강화 훈련법은 잘못된 행동은 무시하고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 매직과 오라이의 틀어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개는 주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개에게 주인은 삶 그 자체와 같을 정도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만큼 주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주인이 개를 제대로 이끌지 않으면 어긋난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여러 선진국에서 주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실시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진=SBS ‘TV 동물농장’ 화면 캡처]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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