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 10연패' LG, 다시 한번 확인한 후반기 최대변수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넥센과의 후반기 개막 3연전을 모두 쓸어담을 때만 해도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까지 두산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5패만 당했지만 8연패 기간에 3패를 당한 것도 있었기에 이번엔 상승세로 만난다면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LG와 두산은 5월 초에 격돌한 후 2개월 여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LG로서는 '이번엔 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LG와 오랜만에 맞대결하는 것에 "그동안 우리가 계속 이겼지만 야구는 해봐야 안다. LG의 타격이 세졌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LG가 이번에도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지난 해 9월부터 이어진 두산전 연패 기록은 어느덧 10연패까지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한번도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안에 LG가 가진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LG는 3연전의 첫 머리인 20일 '에이스' 헨리 소사를 내세웠다. 전반기 10승을 거둔 이용찬을 상대로 초반부터 집중력 있는 타격을 보인 LG는 4-1로 앞서 나가며 두산전 첫 승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두산이 아니었다. 소사는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했지만 투구수가 104개에 달해 6회까지만 소화할 수 있었다. 이것이 LG에게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고우석이 등판했으나 김재환에 동점 솔로포를 맞았고 4-4 팽팽한 균형은 연장 12회 전까지 이어졌다. 이미 진해수, 정찬헌, 김지용 등 필승카드를 소진한 LG는 신정락을 12회에 올렸지만 결국 오재원에 결승타를 맞고 4-5로 석패했다.

그래도 LG는 연장 12회 석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1일 두산 선발 장원준을 두들기면서 분위기 전환의 기회를 얻었다. 선발 김대현이 6이닝 3실점으로 선방했지만 7~9회를 어떻게 막느냐가 고민이었다. 넉넉한 리드를 안고도 불안감은 떨치지 못했다. 진해수와 신정락이 연달아 올라왔음에도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했다. 다음날 류중일 감독이 가장 아쉬워한 부분도 이것이었다. "투수 2명이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한 사례가 있었나"라고 취재진에 물어볼 정도였다.

때문에 이미 연투를 한 김지용이 부랴부랴 올라와야 했고 이는 7회에만 8점을 내주는 참사로 이어졌다. 서상우의 투런포가 터져 1점차로 좁혔지만 이동현 역시 무너지고 말았다. 결과는 10-17 참패.

이러다보니 22일 선발 등판한 타일러 윌슨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2승을 챙긴 두산은 잔부상에 시달리는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면서 추이를 살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마침 LG 타자들이 세스 후랭코프의 호투에 막히면서 접전이 펼쳐졌고 윌슨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며 안간힘을 썼다.

문제는 박빙 승부에서의 집중력이었다. 7회초 양의지를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로 1루를 밟게 하고 오재원의 땅볼을 잡은 양석환의 2루 송구 실책, 여기에 양의지에 3루 도루를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한 LG는 박건우의 타구를 중견수 이형종이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고 역전 3루타를 내주는 비극이 펼쳐지면서 또 한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윌슨은 7이닝 비자책 호투를 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LG의 문제점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던 두산과의 3연전. 역시 두산전이 가장 많이 남은 것이 LG의 후반기 최대 변수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두산과의 3연전을 마무리한 LG는 이제 후반기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 수원에서 화력을 앞세우는 KT와 맞붙어야 한다. 삼성과 KT를 만난 뒤 다시 두산을 만나야 하기에 일단 두산을 만나기 전 6경기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해졌다.

[LG 류중일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두산의 경기에서 6-1 패배한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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