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김지우 "유일한 기혼자 록시, 감정 쉽게 다가갔죠" [MD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김지우가 출연중인 뮤지컬 '시카고'는 벌써 14번째 시즌을 맞았다. 김지우의 록시 하트에 앞서 많은 록시 하트가 관객을 만났고, 사랑 받았다.

때문에 김지우 역시 새로운 록시 하트로 사랑 받기 위해선 본인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부담감보다 설렘으로 자신 안의 록시 하트를 끄집어냈고, 관객들은 김지우만의 록시 하트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뮤지컬 '시카고'는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이 만연하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 배우 벨마 캘리와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코러스 싱어 록시 하트가 살인사건으로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배우 및 무대는 물론 전체적으로 섹시하고 자유분방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김지우는 "자유분방함은 있지만 섹시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나 자체도 천방지축 스타일이라 섹시한척 하면 너무 웃길 것 같아 일부러 더 안 하려고 했다. 사실 록시도 자기가 섹시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록시는 사랑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어떨 때 보면 콕 쥐어박고 싶게 얄미운 부분도 있고, '사람이 돼서 어떻게 저래?' 그런 부분도 있죠. 근데 그걸 미워할 수 없어요.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 아닌데 섹시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섹시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척을 하면 더 웃길 것 같아서 척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따라가는게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김지우는 '김지우만의 록시'에 대해 묻자 "이제까지 록시 역을 맡은 배우 중에 기혼자가 한명도 없었다. 다 결혼을 안 했었다"고 운을 뗐다. 김지우가 첫 기혼자 록시였던 것.

그는 "사실 극중 록시는 결혼을 한 여자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살면서 다양한 관계들을 마주한다"며 "나 역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나마 조금 더 편하게 표현할 수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아이도 낳아봤고, 록시의 경험을 어느 정도 해본 거잖아요. 물론 록시처럼 사람을 죽여보진 않았지만요. 남편과 살면서 제가 해봤던 행동들이 편하게 나올 수 있었어요. 남자친구와 남편은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록시라는 여자가 자신이 마주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태까지 록시들이랑 조금은 다르게 모놀로그가 진행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김지우는 모놀로그 장면에서 이같은 공감을 더욱 느낀다고 했다. 모놀로그에서 록시는 남편과의 잠자리에 대해서도 농담처럼 얘기하는데 그런 능글맞은 모습을 더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아이비 언니는 그 장면을 연습하면서 처음에 너무 창피했대요. 근데 저는 '왜 창피해요?' 했어요.(웃음) 사실 아줌마가 되니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할 때 재밌거든요.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안돼~ 가족끼리 뽀뽀하고 이런거 아니야' 이런 얘기하는 것처럼 록시도 일부러 사람들을 재밌게 하려고 하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재밌더라고요. '어, 맞아. 이런 얘기들 웃기게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는데' 하면서 저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었죠. '시카고' 아니면 무대에서 이런 얘기를 언제 하겠어요. 하하"

김지우만의 록시 하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선 함께 록시 하트 역을 맡고 있는 아이비, 상대역 벨마 켈리를 연기하는 최정원, 박칼린이 많은 도움을 줬다.

"진짜 도움이 많이 됐다. 분명히 내가 놓치고 가는 부분들이 있는데 속성 케이스로 보고 배웠다"고 밝힌 김지우는 "학교 다닐 때 선배들이 미리 적어 놓은 노트를 보는 것처럼 제게 정말 꿀이었다"며 웃었다.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게 큰 도움을 준 건 아이비 언니에요. 아이비 언니는 정말 '시카고'를 많이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선 이렇게 해야해'라고 말 할 수도 있는데 끝까지 지켜봐줬어요. 또 저를 보며 신선했고, 자극이 됐다는 이야기를 해주니 '언니가 나를 믿어줬구나'라는 생각에 고마움도 컸죠. 연습하는 기간 내내 언니가 믿어주고 지켜봐준 게 너무 크게 도움이 됐어요. 정말 고마워요."

최정원, 박칼린에게도 배운 것이 많다. 최정원의 마인드를 배웠고, 박칼린에게 의지하며 심적 안정을 얻었다.

"최정원 선배님은 너무 멋있어요. 애드리브가 없어도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도대체 저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죠. 정말 본받을 것들이 많아요. 선배님으로 하여금 으?X으?X 할 수 있었죠. 진짜 멋있어요. 갖고 계신 마인드도 좋고요.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선배님이죠. 그래서 모든 후배들이 다 선배님이랑 한 번 작업을 하고나면 '최정원. 최정원' 하는구나 했어요."

이어 김지우는 박칼린에 대해 "이번에 뉴캐스트로 같이 들어오면서 정말 마음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너무 의외였던 게 10년 넘게 '시카고' 음악감독을 하면서 많은걸 알고 계실텐데 너무나 처음 하는 사람의 자세로 하시더라고요. 남들보다 먼저 와서 준비를 하고요. 사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제가 부담감을 느끼니 '나 봐. 나이가 50 넘어서도 이렇게 하고 있다. 혼나도 내가 더 혼날거야. 걱정하지마. 잘 할 수 있어' 하면서 토닥토닥 해주시니까 마음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어요."

뮤지컬 '시카고'. 공연시간 150분. 오는 8월 5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MD인터뷰③]에 계속

[김지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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