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뿌린 KT 강백호 “그래도 타자가 더 좋다”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잠시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도 있었지만, KT 위즈 외야수 강백호는 금세 ‘슈퍼루키’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올스타전에서는 투수로 깜짝 등판, MVP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KT는 비록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팀의 행보를 중간점검하면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 2차 1라운드 1순위로 지명한 강백호가 기대대로 프로무대에 연착륙, 화려한 데뷔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강백호는 올 시즌 84경기서 타율 .294(306타수 90안타) 17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또한 개막전 데뷔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린 최초의 고졸 신인이 됐고, 김태균-최진행에 이어 3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린 3번째 고졸 신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졸 최다홈런 기록 경신도 눈앞이다. 강백호는 이변이 없는 한 KT가 배출한 최초의 신인상 수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백호는 지난 14일 열린 올스타전에 투수로 등판,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서울고 재학시절 투타를 겸비한 유망주로 각광받았던 강백호가 프로 데뷔 후 마운드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벤트 성격을 지닌 경기이긴 했지만, 강백호는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맞대결한 두 타자 모두 삼진 처리했으며, 삼진을 결정지은 공은 각각 슬라이더(오지환)와 체인지업(이용규)이었다. 경기장에서 공식적으로 배포된 투구분석표에 기록된 최고 구속은 150km였다.

“생각보다 (구속이)잘 나와 나도 놀랐다”라며 올스타전을 돌아본 강백호는 “후반기에는 기복 없이 뛰고 싶고, 팀도 보다 많은 승을 따냈으면 한다”라며 포부를 전했다.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먼저 나가게 된다는 것은 언제 들었나?

“초반쯤이었다. 김태형 감독님이 한 타자만 상대하라고 하셨는데 너무 던졌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었다고 하자)넓긴 했지만, 괜찮다. 나도 그래서 타자 때 삼진 당했다(웃음).”

-구속이 150km까지 나왔는데?

“140km 초반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잘 나왔다. 연습은 따로 안 했다. 외야 쪽에서 조금 던진 정도다. 긴장한 채로 던져서 구속이 더 빠르게 나온 것 같다. 나도 놀랐다. 아마 시절 최고 구속은 153km였다. 그땐 평균 구속도 잘 나왔는데 이제는 전력을 짜내야 그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준비하고 던지면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홈런레이스에서는 결승에 못 올라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했는데, 내가 1번이 나왔다. 이대호 선배는 안 뽑았는데 3번을 하셨다. 홈런을 2개만 친다고 하셨는데 10개나 치셨다. 아무래도 개수가 정해진 상황이다 보니 뒤에서 치는 게 편하긴 할 것 같다. 그런데 날씨가 많이 화가 나있어서 힘들기도 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홈런레이스에 나가고 싶다. 그땐 뒤에서…(웃음).”

-투수로 나섰던 영상을 봤나?

“나는 안 봤는데, 아버지는 방송사별로 다 찾아보시더라. 일부러 내 옆에서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다시 보신다.”

-김진욱 감독은 투수로 활용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다만, 연장전에서 투수를 다 소진했거나 시즌 막판 팬서비스 차원에 대해선 여지를 남겼다.

“나는 감독님이 정해주시는 대로 뛸 뿐이다. (프로에 온 후 투수를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지 묻자)팀에 입단할 때부터 타자가 하고 싶었다. 원래 타자를 더 좋아했다.”

-전반기를 돌아본다면?

“정신없이 흘러갔다. 못할 때도, 잘할 때도 있었는데 많이 배웠다. 벌써 후반기가 시작됐다는 게 신기하다. 부진했을 때 리듬을 찾는데 (시간이)오래 걸리긴 했다.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도 들었지만, ‘언젠가는 풀리겠지’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빗맞은 타구도 안타가 되더라. 그러면서 자신감도 되찾게 됐다.”

-동기들과 달리 줄곧 1군에서 뛰고 있다. 동기들이 부러워하진 않는지?

“다들 쿨해서 그런 건 없다. 잘난 친구들이다(웃음).”

-후반기에 임하는 각오는?

“기복 없이 뛰고 싶고, 팀이 보다 많은 승을 따냈으면 한다. (1번 타순에 고정된 것에 대해 전하자)타순도 그렇고, 홈런레이스도 그렇고…. 갑자기 1번과 인연이 많아졌다.”

-고졸 신인 최다홈런(김재현·1994년 21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혹시 부담은 없는지?

“아버지가 데뷔 하기 전부터 부담을 많이 주셔서 단련이 됐다. 부모님과 함께 쓰는 채팅방이 있는데 홈런 치는 날에는 두 분이 하트를 엄청 보내신다(웃음). 기록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강백호.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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