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한 눈에 보는 월드컵 8강 전술 분석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4강 대진이 확정됐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비롯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네이마르(브라질) 등 슈퍼스타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아트사커 ‘ 프랑스와 ‘황금세대’ 벨기에 그리고 ‘모드리치의 나라’ 크로아티아와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준결승에 올랐다. 모두 유럽팀이다.

한국은 떨어졌고 불행히도 월드컵은 새벽에 열린다. 그래서 준비했다. 바쁜 현대인을 위한 ‘한 눈에 보는 월드컵 8강 전술 분석’이다. 정독하면, 어디 가서 밤새 월드컵을 봤다고 자랑할 수 있다.

(우루과이 4-4-2 포메이션 : 1무슬레라 – 22카세레스, 2히메네스, 3고딘, 17락살트 – 14토레이라, 15베시노, 8난데스, 6벤탄쿠르 – 11스투아니, 9수아레스 / 감독 오스카르 타바레스)

(프랑스 4-2-3-1 포메이션 : 1요리스 – 2파바르, 4바란, 5움티티, 21페르난데스 – 13캉테, 6포그바 – 12툴리소, 10음바페, 7그리즈만 – 9지루 / 감독 디디에 데샹)

[우루과이 0-2 프랑스] 우루과이는 ‘카바니’가 없었고, 프랑스는 마투이디 대신 ‘툴리소’를 왼쪽 미드필더에 배치한 ‘비대칭’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하지만 전술적으로 흥미로운 대결은 아니었다. 둘 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지 못했고 경기 템포도 빠르지 않았다. 음바페가 스피드로 우루과이 ‘왼쪽 풀백’ 락살트를 공략했지만 정작 크로스가 올라온 상황에선 지루와 그리즈만의 박스 침투가 실패했다.

결국 승부는 세트피스와 실수로 갈렸다. 대인 방어를 사용한 우루과이는 가까운 쪽 포스트로 쇄도하는 프랑스 수비수 바란을 완전히 놓쳤다. 그리고 후반에는 그리즈만의 평범한 슈팅이 무슬레라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브라질 4-3-3 포메이션 : 1알리송 - 22파그너, 2시우바, 3미란다, 12마르셀루 - 17페르난지뉴, 15파울리뉴(73”헤나투), 11쿠티뉴 - 19윌리안(46”피르미누), 10네이마르, 9제주스(58”더글라스코스타 / 감독 치치)

(벨기에 4-3-1-2 포메이션 : 1쿠르투아 – 15뫼니에, 2알더베이럴트, 4콤파니, 5베르통언 – 6비첼, 8펠라이니, 22샤들리(83”베르마엘렌) – 7데 브라위너 – 10아자르, 9루카쿠(87”틸레만스) / 감독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브라질 1-2 벨기에] 감독의 지략 대결이 빛난 경기였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전술’로 브라질의 허를 찔렀다. 데 브라위너를 ‘폴스 나인(false nine: 제로톱)’으로 활용했고 아자르와 루카쿠를 좌우 윙어에 배치했다. 브라질의 풀백 수비 뒷공간과 페르난지뉴를 압박하기 위한 선택이다. 수비적으로는 샤들리가 수비할 때는 ‘중앙 미드필더’에 자리했고, 공격할 때는 ‘왼쪽 윙백’으로 전진했다. ‘오른쪽 윙백’ 뫼니에도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포백일 때는 ‘풀백으로’ 스리백일 때는 ‘윙백으로’ 변신했다. 벨기에는 빠른 시간 상대 자책골로 리드를 잡은 뒤 수비 라인을 내리고 역습을 시도했다. 그리고 데 브라위너의 추가골이 나왔다.

브라질 치치 감독은 벨기에의 ‘하이브리드’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교체를 시도했다. ‘윌리안’보다 와이드한 움직임을 보이는 ‘더글라스 코스타’를 투입하고 ‘파울리뉴’보다 공격적인 ‘헤나투’를 내보냈다. 이는 벨기에 변형 스리백에 균열을 가져왔다. 더글라스 코스타가 베르통언을 유인했고 헤나투가 콤파니와 베르통언 사이로 침투해 만회골을 터트렸다. 결국 마르티네즈 감독은 마지막 10분 동안 베르마엘렌을 투입한 뒤 5-3-2로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벨기에의 전술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브라질이 전술 변화 후 결정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경기였다. 벨기에는 네이마르와 쿠티뉴 그리고 마르셀루가 전진한 ‘오른쪽 지역’에서 뫼니에가 과부하에 걸렸고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루카쿠는 수비보다 공격 지역에 머물렀고 펠라이니는 민첩성이 부족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동점골을 넣지 못했고 경기는 벨기에가 2-1로 승리했다.

(스웨덴 4-4-2 포메이션 : 1올손 – 16크라프트, 3린델로프, 4그란크비스트, 6아우구스틴손 – 8에크달, 7라르손, 17클라에손, 10포르스베리 – 20토이보넨, 9베리 / 감독 얀네 안데르손)

(잉글랜드 3-5-2 포메이션 : 1픽포드 – 2워커, 5스톤스, 6맥과이어 – 18영, 8핸더슨, 12트리피어, 7린가드, 20알리 – 10스털링, 9케인 /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스웨덴 0-2 잉글랜드] 세트피스가 승부를 갈랐다. 오픈 된 상황에서 0-0이 계속됐다면 잉글랜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기였다. 심지어 픽포드 골키퍼의 세 차례 선방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지된 상태에서 잉글랜드는 꾸준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별리그를 포함해 5경기에서 8골(페널티킥 포함)을 세트피스로 넣었다. 득점 비율이 무려 73%다.

영과 트리피어의 크로스도 단순하지만 상대를 흔든다. 특히 포백을 사용하는 팀을 상대로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알리와 린가드의 문전 침투도 박스 안에서 지속적으로 파울을 유도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페널티킥 득점이 많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꺾고 8강까지 오른 스웨덴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흐름으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측면 플레이메이커’ 포르스베리가 부진했고 잉글랜드 윙백의 전진으로 인해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러시아 4-2-3-1 포메이션 : 1아킨페프 – 2페르난데스, 3쿠테포프, 4이그나셰비치, 13쿠드리야쇼 - 11조브닌, 7쿠자예프 – 19사메도프, 6체리셰프, 17골로빈 – 22주바 / 감독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크로아티아 4-2-3-1 포메이션 : 23수바시치 – 2브르살리코, 6로브렌, 21비다, 3스트라니치 – 7라키티치, 10모드리치 – 4페리시치, 18레비치, 9크라마리치 – 17만주키치 / 감독 즐라트코 다리치)

[러시아 (3)2-2(4) 크로아티아] 다리치 감독은 만주키치가 고립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브로조비치를 벤치로 내리고 ‘세컨드 스트라이커’ 크라마리치를 투입했다. 이는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2선’이 아닌 ‘3선’에서 뛰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둘 다 하프라인 근처에 머물면서 ‘어택킹서드(경기장을 1/3으로 나눴을 때 상대 수비지역)’로 향하는 패스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모드리치의 전후반 공격지역 패스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모드리치는 총 37회를 시도했는데, 전반에는 단 ‘7개’에 그쳤다. 라키티치도 마찬가지다. 총 24회 중 전반은 8회 밖에 안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크로아티아의 동점골은 크라마리치가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는 ‘오른쪽 풀백’ 페르난데스를 높이 전진시킨 러시아의 전술적인 실수에서 비롯됐다. 러시아는 페르난데스가 공격에 가담할 경우 남은 3명의 수비수가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 때 수비수 사이 간격이 벌어지면서 크로아티아에게 공간 침투를 허용했다는 점이다. 전반 39분 크로아티아 동점골 상황에서도 페르난데스가 하프라인까지 올라갔고 헤딩 경합에 실패하자 측면이 열렸다. 그 공간을 만주키치가 파고든 뒤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크라마리치가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역시 풀백이 전진할 경우 측면이 열리는 약점을 노출했고, 후반 18분 페리시치를 빼고 브로조비치를 투입하면서 4-1-4-1로 포메이션을 전환했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좀 더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유지했다. 비록 연장전에서 추가득점은 세트피스에서 나왔지만 브로조비치 투입 후 수비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의 전진이 수월해진 건 사실이다. 아마도 잉글랜드전은 브로조비치가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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