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16강 분석: '투톱 활용법'에서 갈린 승부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똑 같은 4-4-2 포메이션을 쓰는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의 대결은 ‘투 톱(Two top) 활용법’에서 승부가 갈렸다. 전술 포인트는 ‘미드필더’ 즉, 중원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다. 일반적으로 4-4-2 전술에서 가운데 ‘4’는 일자로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가 공을 소유했을 때(수비 상황) 두 줄 수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4명 중 1명을 전진 시킨 ‘다이아몬드(4-3-1-2/ 4-1-2-1-2)’ 진형은 상대에게 측면을 열어주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정말 활동량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ex 과거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AC밀란의 경우 카투소, 세도르프, 암브로시니)가 없다면 가동하기 쉽지 않은 전술이다.

우루과이는 그런 측면에서 ‘다이아몬드’ 전술을 쓰기에 적합한 팀이다. 수아레스와 카바니라는 강력한 투 톱이 있고, 이 둘은 측면에서도 뛸 수 있는 ‘다기능 스트라이커’ 자원이다. 게다가 발 빠른 윙어는 없지만 공격과 수비 지역을 폭 넓게 뛰어 다닐 수 있는 ‘박스 투 박스(Box-to-box)’ 미드필더가 많다. 8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4-3-3을 사용했던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4-4-2 투톱 전술을 쓰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우루과이 4-3-1-2 포메이션 : 1무슬레라 – 22카세레스, 2히메네스, 3고딘, 17락살트 – 14토레이라, 8난데스, 15베시노 – 6벤탄쿠르 – 21카바니, 9수아레스 / 감독 오스카 타바레스)

(포르투갈 4-4-2 포메이션 : 1파트리시우 – 15히카르두, 3페페, 6폰테, 5게헤이루 – 14윌리암스, 23아드리엔, 10마리우, 11베르나르두 – 17게데스, 7호날두/ 감독 페르난두 산투스)

조별리그 초반 2경기(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루과이는 단 2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것도 두 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온 득점이다. 하나는 코너킥에서 히메네스의 헤딩골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아레스의 프리킥이다. 우루과이 득점이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투 톱과 미드필더간의 간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격적인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타바레스 감독은 이집트, 사우디전에서 ‘미드필더’ 4명을 일자로 배치한 플랫한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로 인해 ‘공격형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수비할 때 많은 내려오면서 전방의 투 톱 수아레스, 카바니가 고립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우루과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별리그 3차전인 러시아전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벤탄쿠르를 수아레스, 카바니 투톱과 가깝게 전진시켰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토레이라를 투입해 4-4-2 포메이션을 4-3-1-2(다이아몬드 전술)로 바꿨다. 또 벤탄쿠르와 토레이라 사이에는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베시노와 난데스를 배치했다.

4-3-1-2 포메이션에서 ‘3명’의 보호를 받게 된 벤탄쿠르는 좀 더 높은 위치에서 투 톱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플랫형 4-4-2 포메이션에선 공격으로 나갈 때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했지만, 5m 이상 전진하면서 수아레스, 카바니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이는 우루과이가 앞선 2경기와 달리 역습 상황에서 최소 3명이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도 훨씬 수월해졌다. 특히 플랫형 4-4-2에선 수비만 하던 카세레스가 마치 오른쪽 윙어처럼 자주 전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세레스가 전진 할 때 난데스와 토레이라가 뒷공간을 커버해줬기 때문이다.

전반 7분 카바니의 선제골 장면에서도 수아레스가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시도할 때 상대 박스 안에 카바니까지 3명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했다. 베시노와 카세레스가 카바니와 함께 공중볼을 따내기 위해 올라갔다. 외곽에 있던 벤탄쿠르까지 포함하면 무려 4명이다. 플랫형 4-4-2를 쓸 때는 할 수 없었던 공격 전개다. 다이아몬드 전술이 갖는 장점이기도 하다.

카바니의 결승골에선 벤탄쿠르의 전진 배치가 적중했다. 후방에서 한 번에 길게 넘어온 롱패스가 페페의 실수로 벤탄쿠르에게 떨어졌고, 순간 우루과이 공격과 포르투갈 수비 숫자가 ‘3 vs 3’이 됐다. 벤탄쿠르가 영리한 패스를 찔러줬고 수아레스가 수비를 유인한 뒤 공을 흘렸다. 그리고 반대편에 있던 카바니가 감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포르투갈 골망을 흔들었다. 만약 이전처럼 전방에 수아레스와 카바니만 있었다면 포르투갈이 세컨볼을 따낼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벤탄쿠르가 올라가면서 우루과이가 골을 넣었다.

반면 플랫형 4-4-2 포메이션을 사용한 포르투갈은 전방 투 톱이 사이드로 빠지면서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실제로 호날두가 기록한 6개의 슈팅이 모두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도 나왔다. 이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측면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두와 마리우 모두 측면에 포진했다. 이들과 연계를 하려면 호날두와 게데스가 측면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호날두가 들어간 뒤에는 이미 우루과이 수비가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심지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는 우루과이 ‘센터백’ 고딘과 히메네스는 이러한 수비에 매우 익숙한 선수들이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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