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시카리오:데이 오브 솔다도’, 사냥개가 인간이 되는 여정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스포일러 있습니다.

누구나 극한 상황에 처하면 변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5년작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의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로)는 콜롬비아 검사로 일하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의해 아내와 딸이 살해 당하자 복수를 위해 암살자(시카리오)로 변신한다. 알레한드로는 맷(조슈 브롤린)과 함께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를 끌어들여 ‘합법적인 알리바이’를 만들고 작전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케이트의 제한된 시점을 따라가게 되는데, 그야말로 ‘멱살을 잡힌채’ 끌려간다. 작전의 전모를 전혀 몰랐던 케이트는 극 후반부 땅굴로 마약을 운반하는 현장에 투입됐다가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고 절망한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던 그는 작전 수행 과정의 불법을 목격한 뒤 혼란에 빠진다(드니 빌뇌브 감독은 인터뷰에서 주인공의 도덕적 선택을 다루는 테일러 쉐리던의 각본이 마음에 들어 메가폰을 잡았다고 말했다).

알레한드로는 사적 복수를 위해 괴물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맷은 알레한드로를 사냥개로 부른다. 그만큼 악독하고 잔인하다는 의미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자신 역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대가 한참 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심연 또한 그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멕시코 카르텔을 응징하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인물이다. 이 영화는 피도 눈물도 없이 복수를 완성하는 알레한드로의 냉혈한 캐릭터로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 그가 케이트에게 작전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서류에 사인하지 않으면 “자살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대목은 온 몸에 오싹한 전율을 일으키게 만든다.

1편이 케이트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뤘다면, 2편 ‘시카리오:데이 오브 솔다도’는 알레한드로의 갈등을 그린다. 그는 밀입국 사업에 나선 멕시코 카르텔을 혼란에 빠뜨리는 ‘더러운 작전’을 펼치다 죽은 딸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체험하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를 겪는다. 케이트의 감시도 없이, 목줄이 풀어진 채 카르텔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예기치 않은 작전 실패로 미국 정부와 카르텔 양쪽에서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다.

1편에서 케이트의 시점으로 끌려갔던 관객은 2편에서 알레한드로의 시점으로 끌려간다. 두 영화는 주인공의 딜레마가 마지막에 어떤 결과를 맞는지 보여준다. 케이트는 결국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늑대들의 도시를 떠나 준법이 살아있는 도시로 전근 당했다. 알레한드로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괴물’에서 ‘인간’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납치한 카르텔 두목의 딸을 살리기 위해(죽은 딸이 생각났을 테니까) 맷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카리오:데이 오브 솔다도’는 사냥개가 인간으로 귀환하는 이야기다.

혹자는 1편의 냉혈한 이미지를 더욱 극단으로 밀고 가길 원했을 것이다. 그것이 알레한드로의 매력이니까. 그러나 테일러 쉐리던 각본가와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은 괴물로 변한 인물이 인간적인 감정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속편이 1편과 다른 지점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괴물은 한번이면 족하다.

[사진 제공 = 코리아 스크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