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더운 여름, 빡빡이 미용이 능사가 아닌 이유

- 개는 열을 배출하는 능력이 사람보다 제한적이다

- 털을 짧게 자르면 득보다 실이 많다

◆ 여름은 개의 천적

C씨는 여름에 강아지와 놀러 다니는 것이 겁부터 난다. 강아지가 워낙 격하게 놀기 때문이다. 애견 운동장을 놀러 가면 반나절을 놀고 이틀을 거의 잠만 잔다. C씨는 “개는 털로 덮여 있어 열사병에 걸리면 사람보다 훨씬 치명적이라 놀러 갈 때마다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동물병원에서 테크니션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여름에는 물을 자주 급여하고 항상 열을 식히며 쉴 수 있는 그늘이 있는 장소에서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개를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전신이 털로 덮여 있어 열을 식히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더울 때 혀를 내밀어 헐떡거리는 것이 체온 조절의 유일한 방법이다. 당연히 열사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C씨는 “키우는 개가 비숑 프리제라 미용을 정기적으로 받는데 너무 짧게 자르지는 않는다”며 이어서 “개는 사람보다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털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털로 덮여 있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 개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털 관리’로 현명한 여름 나기

개의 털 구조는 겉 털과 속 털로 구성된 ‘이중모’와 겉 털로만 구성된 ‘단일모’로 나뉜다. 시베리안 허스키나 알래스칸 말라뮤트, 웰시 코기 등이 이중모를 갖고 있다. 단일모는 오로지 겉 털만 갖고 있으며 푸들이나 비숑 프리제가 단일모에 속한다.

이중모는 기온이 오르면 털갈이를 시작한다. 단열재 역할을 하던 속 털을 벗고 겉 털로만 무더운 기간을 보낸다. 이때 빗질로 죽은 털을 솎아내는 것이 최선이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고 털을 짧게 자르면 원래 자라던 부드러운 털이 아닌 벨크로처럼 까칠한 느낌의 털이 자란다. 털 사이를 오가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태양열을 그대로 흡수해 체온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열사병에 걸리기 더 쉬워진다.

반대로 단일모는 털을 미용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적정 길이에서 성장이 멈추는 이중모의 털과 달리 단일모의 털은 끝없이 자란다. 털을 깎아도 털의 질감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짧게 자르면 태양열로 인한 자극이 피부에 그대로 전해져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심하면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적정 길이를 유지해야 한다.

개는 사람보다 피부층이 얇아 자극에 민감하다. 털은 자외선이나 벌레 등의 적대적인 외부 환경으로부터 연약한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공기가 털 사이를 오가며 순환하는 동안 햇빛을 일정량 튕겨내 온도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털을 짧게 깎으면 이런 이점들이 모두 사라진다. C씨는 “열사병이 걱정되면 털을 깎는 것보다 수영장이나 시원한 곳을 찾아 다니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계절과 상관없이 개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털의 종류와 상관없이 빗질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 빗질은 털의 엉킴을 방지하고 죽은 털을 솎아내 피부 주위의 공기 순환을 도와 효율적으로 체온을 조절하는데 일조한다. 반대로 빗질을 하지 않으면 털이 엉킨다. 공기가 털의 안팎을 드나들 수 없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진다. 엉킴이 심해지면 습한 환경이 조성돼 각종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

김민희 min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