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투수' 두산 후랭코프 "이 정도의 성적은 기대 못했죠"(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KBO리그에는 아직까지 패배를 모르는 선발투수가 있다. 그냥 운 좋게 패전을 면한 게 아니다. 개막 후 파죽의 11연승으로 압도적인 다승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무대 첫해 적응의 우려가 뒤따르기도 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게 두산의 외국인투수 세스 후랭코프(30)의 이야기다. 총액 85만달러에 두산의 새 식구가 된 후랭코프는 적응 기간도 없이 단숨에 효자 외인으로 입지를 굳혔다. 시즌 기록은 15경기 11승 무패 평균자책점 2.58로 다승 1위, 평균자책점 2위에 올라있는 터.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 중이며, 15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는 10회에 달한다.

후랭코프는 “시즌 전부터 최고의 투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성적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다”라며 “항상 공격적인 투구를 생각한다. 타자들을 어떻게 하면 불편하게 만들지 고민하고, 약점을 연구한다. 양의지, 박세혁과의 호흡, 든든한 야수들을 믿는 부분도 크다”라고 무패 행진의 비결을 설명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서 주로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후랭코프는 올해가 야구 인생 통틀어 첫 선발 풀타임 시즌이다. 달라진 보직과 문화, 생활 등에 적응이 필요할 법도 하지만 후랭코프는 데뷔전이었던 3월 27일 롯데전 6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패배를 잊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도 매일이 배움의 과정이다. 한국의 야구 문화를 존중하면서 적응이 순조로워졌다”라며 “올해가 인생 첫 선발 풀타임이라 사실 지금의 성적은 기대하지 않았다. 사실 승패는 크게 관심이 없다. 등판까지의 준비과정과 그걸 경기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후랭코프의 적응에는 KBO리그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조쉬 린드블럼의 공도 있다. 린드블럼은 두산에서 후랭코프의 좋은 동료이자 친구다. 후랭코프는 “한국 경험이 많은 린드블럼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같은 미국 국적이라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을 잘 설명해준다”라며 “야구 외적으로도 좋은 친구다. 가족끼리도 함께 자주 어울리며 모두가 친하게 지낸다”라고 전했다.

후랭코프가 느끼는 두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운동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탄탄한 수비를 꼽았다. “선수들이 야구장이든 웨이트장이든 항상 모든 운동을 진지하게 임한다. 야구에 대해 진중한 태도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즐긴다. 또한 수비는 리그에서 최고라고 본다.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니 던지기가 훨씬 수월하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후랭코프는 두산과 한국 생활이 너무도 만족스럽다. 김강률, 이현승, 김재환 등을 친한 선수로 언급한 그는 “선수들 모두가 좋다. 영어, 한국어, 바디랭귀지를 섞어 가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실 야구 이야기는 언어와 관계가 없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국 생활에 대해서도 “다른 구단의 외국인선수들이 서울에 있는 걸 다들 부러워한다. 서울은 미국 음식도 많고 모든 게 다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좋다. 깨끗하고 친철하고 아름답다”라고 흡족함을 나타냈다.

후랭코프의 올 시즌 목표는 20승도, 다승 1위도 아니었다. 그는 “당연히 두산의 우승이다. 나 또한 계속 지금의 기세를 잇고 싶다. 정확한 목표 승수는 없지만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세스 후랭코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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