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F조: 멕시코의 독일 격파 전술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이변이 연출됐다. 멕시코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었다. 준비된 승리였다. ‘전술가’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의 계산된 전략이 독일의 약한 곳을 무너트렸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르로이 사네를 제외한 요하임 뢰브 감독의 독일은 느린 템포와 뻔한 전개로 멕시코에 덜미를 잡혔다. 하비에르 치차리토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멕시코가 더 큰 점수 차로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독일 4-2-3-1 포메이션 : 1노이어 – 18킴미히, 17보아텡, 5훔멜스, 2플라텐하르트(79”로메즈) – 6케디라(60”로이스), 8크로스 – 13뮐러, 7드락슬러, 10외질 - 9베르너(86”브란트) / 감독 요하임 뢰브)

(멕시코 4-4-1-1 포메이션 : 13오초아 – 3살세도, 2아얄라, 15모레노, 23가야르도 –16에레라, 18과르다도(74”마르케스), 7라윤, 22로자노(66”히메네즈) - 11벨라(58”알바레스) - 14치차리토 /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는 독일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독일의 공격 빌드업은 대부분 오른쪽 풀백 킴미히의 전진과 상대 센터백 뒤로 파고드는 베르너의 공간 침투로 전개됐다. 문제는 마치 윙어처럼 전진하는 킴미히의 뒷공간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토마스 뮐러는 사실상 처친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였고, 크로스와 케디라 또한 멕시코의 역습 속도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멕시코의 초반 찬스는 모두 독일의 우측 지역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멕시코는 킴미히가 떠나고 남긴 공간을 로사노와 벨라의 침투로 공략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찾아온 로사노의 슈팅은 멕시코가 독일의 어떤 약점을 노리고 나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항상 두 명의 빠른 윙어를 두고 경기를 한다. 그리고 팀에서 가장 빠른 로사노를 선택했다” – 오소리오 감독 -

심지어 독일의 압박은 전체적으로 매우 느슨했다. 멕시코의 탈압박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전방부터 적극적으로 공을 탈취하려는 행동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양 팀의 전반전 태클 숫자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독일은 무려 20개의 태클 중 단 7개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멕시코는 13개 중 12개를 성공했다. 가로채기도 멕시코가 9개로 독일(7개)보다 많았고, 가로채기를 시도한 위치도 멕시코가 더 높았다.

“전반전에 우리는 수비적으로 경기를 하면서 영리하게 역습을 노렸다. 멕시코는 전반전에 완벽했다” – 오소리오 감독 -

이처럼 멕시코는 점유율을 포기하고 가로채기를 통해 역습을 시도했다. 독일이 516개의 패스를 성공할 동안 멕시코는 228개에 그쳤다. 하지만 그러한 패스 숫자는 무의미했다. 오히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멕시코는 독일의 실수를 역습으로 이용했다.

멕시코 역습은 대부분 가야르도가 위치한 지역에서 시작됐다. 가야르도는 무려 9개의 가로채기를 성공했는데, 이는 팀 전체(19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리고 이는 킴미히의 뒷공간으로 연결됐다. 멕시코의 공격 전개 방향이 왼쪽(52%)에 쏠린 것도 그 때문이다. 즉, 멕시코는 작정하고 독일의 오른쪽 공간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오소리오 감독의 후반 전술 변화도 눈에 띄었다. 교체 타이밍이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무실점 승기를 이끌어낸 그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멕시코는 후반 13분 ‘공격형 미드필더’ 벨라를 불러들이고 ‘수비형 미드필더’ 알바레스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에레라가 벨라 위치로 전진했고 4-4-1-1 포메이션은 그대로 유지됐다. 곧바로 독일이 ‘중앙 미드필더’ 케디라를 빼고 ‘윙어’ 로이스를 투입하자, 멕시코는 6분 뒤 ‘작은 윙어’ 로사노 대신 ‘키가 큰’ 라울 히메니즈를 내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과르다도를 ‘백전노장’ 마르케즈로 대체했다.

전체적으로 높이를 강화한 교체였다. 독일이 공격 숫자를 늘리고 박스 안에서 제공권을 노린 작전을 대처하기 위한 변화였다.

마르케즈가 들어온 뒤에는 사실상 5백과 6백을 넘나들었다. 기본적으로 5백을 유지하면서 오른쪽 미드필더 라윤까지 내려와 6명이 일자 라인을 구축했다. 6-3-1 포메이션이다. 물론 단순히 수비 숫자를 늘린다고 방어가 되는 건 아니다. 멕시코는 페널티박스 안 위험 지역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무려 29개의 클리어를 기록했고, 박스 안에서 성공한 것만 25개나 됐다. 크로스가 들어와도 멕시코가 모두 차단했다는 얘기다.

“독일의 고메즈가 최전방에 나올 것을 대비했다. 경기 전날 4명의 미드필더와 3명의 공격수의 수비적의 움직임을 점검했다” – 오소리오 감독 -

멕시코는 독일전 맞춤 전술로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다. 1) 점유율을 포기했고 2) 상대 실수를 기다렸다. 3) 킴미히가 전진한 공간을 노렸으며 4) 제공권을 강화한 교체로 독일의 변화에 대응했다. 그 밖에도 디테일한 조직 플레이로 독일이 잘하는 걸 못하게 하고, 못하는 걸 집요하게 공략했다. 멕시코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멕시코가 한국전에서도 이렇게 할 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지금보다 점유율은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전술 변화에 능한 오소리오 감독의 특성상 전혀 다른 포메이션과 전술이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멕시코가 독일을 잡은 전술은 한국이 참고할 만 하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