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C조: 우승후보 프랑스는 왜 고전했나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우승 후보’ 프랑스가 졸전 끝에 호주를 꺾었다. 비디오판독(VAR)과 폴 포그바의 행운골이 아니었다면 승점 3점을 얻기 어려운 경기였다. 아직 팀 전체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탓인지 프랑스는 전술적으로 따로 노는 느낌을 줬다. 특히 수비에 무게를 호주를 상대로 지나치게 안정적인 선택을 한 디디에 데샹 감독의 전술이 답답함을 더했다.

(프랑스 4-3-3 포메이션 : 1요리스 – 2파바르, 4바란 5움티티, 21에르난데스 – 13캉테, 12툴리소, 6포그바 – 11뎀벨레, 10음바페, 7그리즈만 / 감독 디디에 데샹)

(호주 4-2-3-1 포메이션 : 라이언 – 리스돈, 밀리건, 세인즈베리, 베히치 – 예디낙, 무이 – 레키, 크루즈, 로지치 - 나보트 / 감독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그렇다면, 프랑스는 왜 호주에 고전한 것일까.

프랑스는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고도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진 못했다. 생각보다 쉽게 볼을 잃어버렸고 이를 찾는 과정에서도 압박의 강도가 매우 약했다. 역습을 위해 일부러 라인을 내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기 도중 동료를 향해 올라가자는 손짓을 한 그리즈만의 행동을 미뤄 짐작할 때, 이는 작전보다 적극성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는 전반에 284개의 패스를 시도했는데, 호주(227개)보다 겨우 57개 많은 숫자였다. 패스 성공률에서도 프랑스(83.7%)와 호주(78.9%)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프랑스는 또한 지나치게 개인 기술에 의존했다. 1대1 돌파만 24차례 시도했는데 성공한 건 8번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성공한 돌파는 단 1번이다. 그만큼 프랑스는 호주의 두 줄 수비에 고전했다. 호주는 무려 31개의 태클을 시도해 23번이나 성공했다. 가로채기도 9개나 된다. 수비 지역에서의 클리어는 43개나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좌우 풀백이다. 데샹 감독은 시디베와 멘디 대신 파바르와 에르난데스를 선발로 내보냈다. 파바르가 소속팀 슈투트가르트에서 센터백을 맡고 있다는 점은 감안하면 매우 수비적인 선택이다.

이날 파바르는 공격 상황에서 뎀벨레를 지원하지 못했다. 돌파는 3번 모두 실패했고 크로스도 2개가 모두 상대 수비에 차단됐다. 반면 수비적으로는 3개의 태클과 1번의 가로채기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왼쪽의 에르난데스 역시 마찬가지다. 돌파는 4번 중 1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고 크로스도 ‘0개’였다.

풀백이 공격적으로 주춤하면서 프랑스 스리톱의 컷인 플레이(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는 호주의 두 줄 수비에 번번이 가로 막혔다. 슈팅을 때려도 각도를 찾기 어려웠고 공간 침투에 능한 그리즈만도 좀처럼 빈 틈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공간을 찾은 건 포그바였다. 경기 전체를 놓고 볼 때 포그바의 활약은 큰 인상을 주기 어렵다. 하지만 프랑스가 넣은 두 골이 모두 포그바에서 나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반에 그리즈만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에서도 포그바의 전진 패스가 사실상 어시스트 역할을 했고, 1-1 상황에서 나온 행운의 골도 포그바가 교체로 들어온 지루와의 연계를 통한 루트였다.

그런 측면에서 포그바는 프랑스에 창의력을 불어 넣어줄 유일한 자원이기도 하다. 활동량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낳고 있지만 그의 옆에 있는 은골로 캉테가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 캉테는 14번 상대 공을 탈취했고, 3개의 태클과 2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프랑스가 호주를 힘겹게 이겼지만, 여전히 그들은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프랑스의 속도는 조별리그보다 강팀과 맞붙는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데샹 감독도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영표 해설위원도 “프랑스 같은 강팀은 토너먼트에 바이오리듬을 맞춘다. 첫 경기에서 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맞다면,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프랑스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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