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A조: 살라 없는 이집트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이집트가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세트피스에서 실점하며 우루과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쉽게 패했다. 부상으로 벤치를 지킨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부재가 커 보였지만, 좌우 날개가 폭 넓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조직적인 수비를 선보인 이집트는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와 에딘손 카바니(파리생제르맹)을 앞세운 우루과이를 상대로 제법 끈끈한 모습을 자랑했다.

다만, 포백으로 투톱을 상대하는데 있어선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 수아레스의 결정력이 좋았다면 2~3골 차로 패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특히나 수아레스와 카바니 투톱이 높이보다 연계에 무게를 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중앙 수비수 뒷 공간이 자주 열렸다. 투톱을 쓰는 스웨덴을 상대로 신태용 감독이 왜 스리백을 고민 중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집트 4-2-3-1 포메이션 : 23엘셰나위 – 7파티, 2가브르, 6헤가지, 13압델사피 – 8하메드(50” 모르시), 17엘네니 – 22와르다(82” 소비), 21트레제게, 19압둘라 – 9모센 (63” 카라바)/ 감독 엑토르 쿠페르)

(우루과이 4-4-2 포메이션 : 1무슬레라 – 4바렐라, 3고딘, 2히메네스, 22카세레스 – 10데아라스카에타(59” 로드리게스), 6벤탄쿠르, 15베시노(87 토레이라), 8난데스(58” 산체스) – 21카바니, 9수아레스 / 감독 오스카르 타바레스)

살라를 벤치에 앉힌 이집트는 중앙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고 최전방과 측면에 활동량과 스피드를 갖춘 공격수를 배치했다. 4-2-3-1로 시작했지만, 19번 압둘라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면서 수비시에는 4-4-2 대형을 유지했다. 심지어 후반에는 측면 윙어인 와르다와 트레제게가 우루과이 풀백의 전진을 견제하기 위해 깊숙이 내려오면서 4-4-1-1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집트는 기본적으로 수비 라인을 높게 가져가지 않았다. 우루과이 센터백까지는 어느 정도 공을 소유하도록 내버려뒀다가 하프라인을 넘어오는 순간부터 강하게 압박을 시도했다. 그로인해 우루과이는 경기 초반 이집트의 수비 라인을 깨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우루과이가 중앙으로 움직이는 윙어를 둔 것도 이집트 수비를 수월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왼쪽에 포진한 10번 데아라스카에타는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는데, 오히려 수아레스, 카바니 투톱과 동선이 자주 겹쳤다. 여기에 주발이 왼발이 아닌 카세레스와의 호흡도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루과이는 기어코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23분에는 코너킥에서 수아레스가 영리한 위치 선정으로 사실상 골에 가까운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수아레스의 슈팅은 빗맞으며 옆 그물을 때렸다.

후반 1분에는 이집트 센터백 헤가지가 헤딩으로 처리한 세컨볼을 따내지 못하면서 실점할 뻔 했다. 카바니가 공을 키핑 한 뒤 헤가지 뒤로 쇄도하는 수아레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수아레스의 슈팅은 빠르게 뛰어 나온 이집트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이처럼 포백으로 투톱을 상대한 이집트 수비는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두 명의 센터백을 배치한 포백은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세운 투톱과 ‘2 vs 2’ 대결을 해야 한다. 수적으로 동등하지만 세컨볼을 놓칠 경우 공간을 내줄 확률이 높다. 축구 전술 공식에서 투톱을 스리백으로 상대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백 시스템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비형 미드필더의 최종 수비 가담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집트는 엘네니와 하메드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를 감지한 엑토르 쿠페르 이집트 감독이 후반 5분 첫 번째 교체 카드로 하메드를 빼고 모르시를 투입했다. 모르시는 하메드보다 좀 더 수비수에 가까운 선수였다.

한국으로선, 스웨덴을 상대로 포백을 쓴다면 기성용 혹은 정우영이 센터백 근처로 내려와 적극적으로 세컨볼을 따내야 하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도 변화를 시도했다. 8분 뒤 산체스와 로드리게스를 동시 투입하며 좌우 날개를 모두 바꿨다. 5번 산체스는 난데스보다 중앙지향적인 선수다. 또한 로드리게스는 왼발이 날카로운 측면 플레이메이커다. 이는 우루과이가 투톱 옆에 두 명의 윙어를 더 가까이 배치해 이집트 포백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효과는 있었다. 후반 28분 로드리게스에서 시작된 패스는 카바니를 거쳐 이집트 센터백 사이로 파고든 수아레스에게 연결됐다. 완벽한 득점 기회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아레스는 골키퍼를 제치려다 슈팅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이어진 카바니의 발리슛과 프리킥은 이집트 엘셰나위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과 골대에 막혔다.

결국 승부를 가른 건 후반 44분에 터진 우루과이 수비수 히메네스의 헤딩골이었다. 정지된 상황에서 이집트는 우루과이의 높이에 압도 당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집트가 마지막 교체 카드로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를 투입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 이집트 역시 승부수를 던지려고 했지만 결국 높이에서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집트가 투톱을 쓴 우루과이를 상대로 보여준 전술은 신태용호가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스웨덴 역시 투톱을 쓰며 센터백의 제공권이 뛰어나다. 한국이 포백을 쓸지, 스리백을 쓸지 알 수 없지만, 이집트 포백이 우루과이 투톱을 상대로 약점을 드러냈듯이 이에 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이집트가 보여준 투혼은 말할 것도 없다. 정술이 뒷받침되어야 전술도 빛이 난다. 이집트가 패배 속에도 박수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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