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4-4-2는 역습에 유용한 전술이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신태용 감독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가 월드컵 본선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포백(back four:4인 수비)과 스리백(back three:3인 수비)을 병행할거란 사실은 모두가 아는 팩트다.

다양한 전술을 쓸 수 있는 건 분명 팀에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한국처럼 준비 기간이 짧고 부상으로 주축 선수를 잃은 상황에서 너무 많은 카드를 손에 쥐는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신태용 감독은 지난 U-20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참고하려는 듯 하다. 당시 한국은 포백과 스리백을 모두 사용했고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변화는 일관성을 깨트렸고 결국에는 포르투갈과 16강전에서 민낯이 드러나고 말았다.

어쨌든, 한국이 본선에서 포백을 바탕으로 한 4-4-2 전술을 사용할거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온두라스, 보스니아 그리고 볼리비아와의 최근 세 차례 평가전에서 두 번이나 4-4-2를 가동했다. 신태용 감독도 “볼리비아전이 전력의 70%”라고 밝혔다.

■한국 0-0 볼리비아 : 전반전

[4-4-2 포메이션] 1김승규 - 17이용 13장현수 2김영권 5박주호 - 11문선민 22기성용 8정우영 7이승우 - 16황희찬 14김신욱 / 감독 신태용]

다만, 신태용 감독이 머리 속에 어떤 4-4-2를 그리고 있는지는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포백을 쓴 온두라스, 볼리비아전에서 한국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 축구에서 두 줄 수비로 대변되는 4-4-2 포메이션은 점유율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역습에 무게를 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레스터 시티(잉글랜드)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주도권을 가지고 경기를 풀어갔던 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3연패한 지네딘 지단 전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와 과거 안토니오 콩테가 이끌던 유벤투스처럼 기본적인 전투치가 높은 팀이다. 한국이 스웨덴, 멕시코 심지어 독일을 상대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갈 확률은 높이 않다. 때문에 우리가 롤 모델로 삼아야 할 4-4-2는 오히려 아틀레티코나 레스터에 더 가깝다.

■한국 0-0 볼리비아 : 후반전

[4-4-2 포메이션] 21김진현 - 17이용 13장현수 2김영권 5박주호 - 25이재성 22기성용 8정우영 19손흥민 - 16황희찬 14김신욱 / 감독 신태용]

그런 측면에서 상대를 가두고 라인을 한껏 치켜 올린 온두라스, 볼리비아전이 제대로 된 모의고사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지난 해 콜롬비아전과 같은 평가전이 한국에게 필요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을 막기 위해 측면 수비수 고요한을 기성용의 파트너로 깜짝 기용해 효과를 봤다. 여기에 라인을 끌어 내린 뒤 손흥민, 이근호 투톱의 속도를 활용해 두 골을 터트렸다.

평가전 상대가 약하다는 지적은 괜한 걱정이 아니다. 적어도 보스니아 정도 실력은 돼야 우리가 본선에 쓸 작전을 실험할 수 있다. 훈련장에서 하는 것과 실전은 다르다. U-20 월드컵 때도 100개가 넘는 세트피스를 준비했지만, 결국 실전에서는 한 번도 써먹지 못했다.

영국의 축구전술칼럼니스트 조나단 윌슨(Jonathan Wilson)은 4-4-2 전술에 대해 “깊게 라인을 내리고 수비를 하다 역습을 하는 팀의 경우 4-4-2는 상당히 유용한 전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한국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사용한 작전이다. 엄청난 속도와 마무리 능력을 갖춘 손흥민과 수비수 못지 않은 전방 압박 능력을 보유한 황희찬 투톱을 보유한 한국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온두라스, 볼리비아전이 아쉬웠던 또 다른 이유는 손흥민, 황희찬 투톱이 파고 들만한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두 경기 모두 오프 더 볼 상황보다 온 더 볼 상황이 더 많았다. 볼리비아전에서도 황희찬이 상대 뒷공간을 파고들 때 위협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우리가 라인을 내리면 반대로 손흥민과 황희찬이 뛸 공간이 많아진다. 이는 상대에게 부담이 되고 우리에겐 기회가 된다.

■한국 1-3 포르투갈(U-20 월드컵 16강전)

[4-4-2 포메이션] 1송범근 – 13이유현 4정태욱 5이상민 2윤종규 - 14백승호 6이승모 7이진현 10이승우 - 11하승운 9조영욱 / 감독 신태용

물론 위험도 따른다. 윌슨은 “4-4-2는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4-4-2는 라인을 내린 상태에서 상대의 거센 압박을 견뎌내야 한다. 그걸 버티지 못하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 경기가 끝날 수 있다.

또한 라인을 내리는 것은 상대가 우리의 수비지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높이에서 안정감이 부족하게 되면 공중을 지배 당한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을 앞두고 180cm가 넘는 풀백 자원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전술은 없다. 우리의 강점을 살리려면 어느 정도 단점이 노출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마치 복싱의 카운터처럼, 그래야 월드컵에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

[그래픽 = 대한축구협회,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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