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고양이는 까칠할 뿐, ‘갑질’은 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앞발을 손처럼 쓸 줄 알고 사람처럼 논리적 사고를 할 정도로 지능이 높다. 또 예민하기로 따지면 고양이를 따라갈 동물이 있기나 할까?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고양이는 제멋대로에 까칠하다. 그러나 사랑스럽다. 악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미스터 캣’(원제:Nine lives)은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작품으로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은 가족 영화다. 감독과 주연 모두 블랙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다. 지난해 성추문에 휩싸이며 충격을 주기도 했던 케빈 스페이시는 희극인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지만 '유주얼 서스펙트’를 봤다면 섬뜩한 면모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배리 소넨필드 감독의 성향은 ‘맨 인 블랙’에서 쉼없이 쏟아지는 블랙코미디만 봐도 알 수 있다. 감독부터 배우까지 고양이의 까칠함과 이기적인 면모, 그리고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기에 적당한 세팅이다.

주인공인 톰 브랜드(케빈 스페이시)는 연간 수입이 1조에 달하는 북미 지역 최고층 빌딩의 건물주로 나온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수십년을 바쁘게 살아왔던 설정 덕분일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까칠하다. 오죽하면 그룹 이름도 ‘FireBrand’라고 지었을까. 불의의 사고로 고양이와 몸이 바뀌어 버린 후에도 일관된 태도를 보인다. 죽을 고비를 넘겨 겨우 사람으로 돌아와 딸과 함께 새로운 고양이를 입양하러 간 장면에서도 “개는 없나요?”라고 빈정댄다. 이 정도면 인생이 시니컬 그 자체다.

다행이도 고양이와 까칠함은 죽이 잘 맞는다. 제작진은 고양이 복실이와 몸이 바뀐 절망적인 상황을 고양이가 평소에 보여주는 엉뚱한 행동, 까칠한 반응과 접목해 관람객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고양이를 키우거나, 혹은 영상 등을 통해 고양이를 직간접적으로 접해본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복실이가 보여주는 행동 외에도 고양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자주 한다. 직접 만든 간식을 먹으라고 줬더니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손으로 터트리는 배은망덕한 면모도 있다. 자기가 토한 헤어볼을 치우라고 근처 바닥을 계속 긁는 편집증적 모습도 보인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고양이는 도약력이 뛰어나 한번의 점프로 냉장고 위까지 가볍게 올라가기도 한다. 개를 키우는 집은 바닥만 깨끗하게 치우면 되지만 고양이는 이곳저곳 넘나들며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다. 개와 달리 거의 평생을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데 따로 놀이터라고 부를 공간이 없을 테니 철저히 대비와 사랑으로 극복해야 한다.

80년대만 해도 반려동물 하면 '발발이'가 전부였다. 그 시절에 고양이는 국민학교 앞에서 사온 작은 병아리를 한눈 판 사이에 몰래 잡아먹거나 밤마다 아이가 우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내서 악몽을 꾸게 만드는 악동 같은 이미지가 전부였다. 무지와 편견도 한몫 거들어 고양이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박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SNS에서 고양이가 언급되는 횟수가 강아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또 각종 반려동물산업 박람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고양이 용품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양이 전용 박람회까지 열릴 정도로 고양이의 인기는 뜨겁다.

‘미스터 캣’의 로튼토마토 지수는 14%로 형편없다. 진부함, 일부 억지스러운 설정에 짜맞춘 복실이의 행동 때문이다. 그러나 관람객의 평가는 41%가 긍정적이었다. 가족 영화 타이틀과 털복숭이 시베리안 포레스트 품종의 복실이가 영화를 살린 것이다.

[사진 = '미스터 캣' 포스터]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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