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반려동물에게 중성화가 꼭 필요한 이유

유기동물 입양 요건에는 중성화 수술이 항상 따라 붙는다. 개나 고양이는 출산을 하면 서너 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한꺼번에 불어난 새끼들까지 감당할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성화는 잠재된 동물 유기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자구책이다. 개체수 조절 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어 요즘은 거의 모든 반려동물에게 필수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 발정기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개나 고양이 모두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언제 올지 모를 발정기를 조심해야 한다. 고양이는 발정기 스트레스가 유독 심하다. 수컷과 암컷 모두 극도로 예민해져 사건사고가 많아진다. 수컷은 자신의 영역 내 암컷들을 독점하기 위해 개가 마킹(여기저기 소변을 나누어 보면서 자신을 알리는 행위)을 하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스프레이(소량의 소변을 스프레이처럼 분사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는 행위)를 하고 다닌다. 고양이는 소변 냄새가 지독해 집에서 스프레이를 하면 아무리 집안 청소를 자주 해도 소변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다. 암컷은 수컷을 부르는 콜링(발정기 암컷이 수컷을 부르는 행위. 아이가 우는 것과 유사한 소리를 내며 4~11월 사이에 자주 들을 수 있다)을 하는데, 수컷은 이 소리가 들리면 따라 운다. 주로 밤에 울고 소리가 크기 때문에 보호자의 고통은 물론이고 주변 이웃들에게도 폐를 끼칠 수 있다.

개는 발정기가 오면 마킹을 하거나 헛짖음, 장난으로 깨무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무는 행위인 입질을 시작하기도 한다. 개는 외부활동이 잦아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원치 않는 출산을 할 수 있다. 수컷은 발정기가 오면 성욕이 왕성해져 암컷을 만나면 개를 올라타는 행위인 마운팅으로 시도 때도 없이 교미를 시도한다. 암컷의 임신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새끼들이 배속에서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반려동물은 교미 행위를 금지 당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꼭 출산을 장려하고 싶은 상황이 아니라면 발정기로 성에 눈을 뜨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것이 좋다. 마킹 습관 방지나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도 좋다. 때를 놓치면 마킹이나 마운팅, 스트레스가 기억에 남아 안 좋은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자궁축농증을 예방한다

암컷은 원치 않는 임신 방지 외에도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 자궁축농증은 자궁에 고름이 차는 병으로 치사율이 5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무기력감, 식욕 부진, 물을 마시는 양과 소변양의 증가, 구토나 설사 등이 있다. 증상에 따라 고름이 생식기로 흘러 나오는 개방형, 자궁 내부에만 고름이 차는 폐쇄형으로 나뉘는데 개방형은 육안으로 증상 확인이 되지만 폐쇄형은 동물병원에서 자세한 진단을 받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자궁축농증은 발정기와 연관이 있다. 암컷은 발정기가 오면 정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체내 면역력을 낮춘다. 이때 암컷의 자궁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자궁축농증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노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주로 걸리지만 어린 개체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처럼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일이 별로 없어 미리 알아차리기 어렵다. 병이 진행된 다음에 병원을 찾아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다. 전신 염증 반응이나 급성신부전,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자궁적출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중성화 수술은 자궁을 제거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사들도 자궁축농증 예방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치사율이 높고 나이가 들수록 발병 확률이 높아지지만 중성화 수술을 받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 성격이 온순해진다

성격 변화는 특히 수컷에게 두드러진다. 중성화 수술로 개의 지배욕과 공격성을 누그러트리기 때문이다. 수컷은 평소 얌전하다고 해도 다른 수컷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주인보다는 다른 개에게 관심을 쏟아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 또 예민한 후각으로 암컷의 채취를 1km 바깥에서도 맡을 수 있어 자주 흥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중성화 수술을 받으면 성욕과 함께 경쟁심리가 사라져 주인에게 더 집중하게 되고 상호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쉬워진다.

물론 중성화 수술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격 변화는 개체마다 다르다. 또 잘못된 사회화나 훈련으로 배가된 공격성은 중성화 수술로도 어쩌지 못 한다. 이때는 적절한 훈련이 필요할 수 있다.

[사진 = pixabay]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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