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의 한 수'가 된 이용찬 선발 전환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제가 못해서 선발로 가는 거죠.”

올해 시범경기에서 만난 이용찬(29, 두산)이 선발 전환에 대한 소감을 묻자 한 말이다. 줄곧 뒷문을 책임졌던 이용찬은 지난해 68경기 5승 5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4.40을 남겼다. 꾸준히 평균자책점 3점대를 유지하다 9월 급격한 부진이 찾아왔고, 두산은 5선발 유력 후보였던 함덕주를 불펜에 남기고 이용찬을 선발로 돌리는 플랜을 구상했다. 개인의 부진, 좌완이 필요한 불펜 등 여러 상황이 맞물리며 이뤄진 선발 전환이었다. 그러나 썩 내키지 않았던 보직 변경은 두산이 시즌 초반 선두를 유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용찬은 전날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107구 호투로 시즌 5승을 챙겼다. 7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병살타 3개를 유도하며 한화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용찬의 시즌 기록은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32로 리그 정상급이다. 전후 사정을 모르고 기록만 본다면 에이스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6경기 중 5차례 퀄리티스타트에 도달했고, 피안타율은 .207, WHIP는 0.91에 불과하다. 한 차례 부상 이탈로 아직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현재 두산 선발진에서 믿고 볼 수 있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용찬의 장점은 주무기인 포크볼을 이용한 타자와의 빠른 승부다. 일단 유리한 카운트만 선점하면 포크볼로 얼마든지 타자를 요리할 수 있다. 이용찬은 올 시즌 6경기서 약 평균 5⅔이닝을 소화하며 85구를 던졌다. 이닝 당 평균 투구수도 15개로 경제적이다. 선발투수의 대부분 고민거리인 1회 피안타율이 .063에 불과하며, 좌타자(피안타율 .213)와 우타자(.203)를 따로 가리지 않는 점도 메리트다. “매 경기 최소 6이닝은 소화하고 싶다”는 목표를 훌륭히 이행 중인 이용찬이다.

선두 두산은 주중 한화 3연전을 루징 시리즈로 장식했다. 아직 공동 2위에 3경기 앞서있지만 불안한 선발진이 계속 눈에 밟힌다. 장원준의 이탈, 유희관의 부진, 후랭코프의 한화전 조기 강판 등 판타스틱4의 위용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용찬의 호투가 더욱 빛을 발휘한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흐르지 않았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이용찬의 선발 전환이 신의 한 수가 된 듯하다.

[이용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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