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킬롤로지' 이주승 "더 깊숙이 들어가는 어른 되고싶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이주승이 8년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대중과 가까워진 그는 현재 연극 '킬롤로지' 무대를 통해 관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주승이 출연중인 연극 '킬롤로지'는 사회적인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부모의 양육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극중 이주승은 온라인 게임의 한 장면처럼 처참한 희생자가 된 데이비 역을 맡아 부모의 무관심과 또래집단의 폭력에 노출된 10대 소년을 연기한다.

이주승은 "처음에 대본을 읽고나서 '이건 내가 할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연을 오랫동안 안 했는데 이렇게 실험적이고 많은 노력을 요하는 작품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사실 이주승은 처음엔 '킬롤로지'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좀 더 노하우가 있는 배우가 하는게 나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안 하는게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또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죠.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고 배우고 싶었어요. 혼자 끌고 가야 하는 것 자체가 흡인력을 요구하니까요. 저는 관객에게 제가 다가가는 것보다 관객이 제게 다가오는 성향인데 이건 관객에게 다가가야 하는 거니까 제게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연습할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막상 하나 하나 찾아가니까 지금은 재밌어요."

이주승은 '킬롤로지'를 통해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아보고 있다.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이켜 보면 데이비에게 공감하는 지점이 많다고. 그 역시 학창 시절, 학교 안에 있을 때면 '학교라는 세상에 나 혼자 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데이비에게 공감이 많이 된다. 어른이 나서서 더 파헤치고 알려고 했다면 그렇게 되진 않았을텐데.."라며 "결국에는 관심인 것 같다.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런 기억들이 많다"고 고백했다.

학창 시절 이주승은 항상 친구들을 관찰했다. 친구들의 캐릭터 특징을 공책에 써내려갔을 정도. 관찰자 시점으로 봤을 때 청소년 이주승은 싸늘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따뜻한 면도 있지만 분명 차가웠던 지점이 있다.

"사실 학교 안의 생활은 양육강식 같았어요. 저 같은 경우 전학도 많이 다녔고 태권도 선수 생활을 해서 누군가를 괴롭히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저를 괴롭히지도 않아서 중간 입장에서 관찰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보면 '왜 도움을 청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근데 더 생각해보면 '어른들이 도와줄 수 없다'는 전제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주승은 어른들의 무관심을 강조했다. "결국 '킬롤로지'는 그냥 어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큰 것 같다. 그 지점이 공감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극중 데이비의 시점에서 아버지 알란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볼 때면 '와. 이렇게까지 할 거면 예전에 나한테 좀 관심 가져주지. 내가 이렇게 되기 전에 좀' 하면서 올라오는 감정들이 있다고.

"울분이라고 해야 되나? 너무나 그리웠던 감정에 알란이 너무 미워요. '왜 이렇게까지 됐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데이비 입장에선 알랑이 제일 나쁘죠. 사실 잘못됐다기보다 이해가 안 돼요. (김)수현 선배님한테 여쭤보니 '아빠가 안 된 사람은 모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어른의 입장이 된 이주승은 어떨까. 그는 "아직까지 저도 철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좀 다가가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이번에 '킬롤로지'를 하면서는 관객들에게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 아이들에겐 '관심을 좀 요하라'라고 말하고 싶고요. 저를 비롯 많은 어른들이 좀 더 깊숙이 들어가는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연극 '킬롤로지', 공연시간 110분. 오는 7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

[이주승.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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