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던졌잖아요" 장원준·유희관 부진, 우려가 현실로

[마이데일리 = 부산 이후광 기자] 두산의 좌완 토종 듀오가 부진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두산은 시즌에 앞서 선발진의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외인 2명을 모두 교체했고, 불펜이었던 이용찬을 선발로 전환시키며 린드블럼-후랭코프-장원준-유희관-이용찬 순의 새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 부임 후 강력한 선발야구을 앞세워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15시즌부터 두산의 선발승(200승), 퀄리티스타트(225회), 선발 소화 이닝(2626이닝)은 모두 리그 1위다. 김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도 선발진 안정화에 만전을 기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내심 장원준과 유희관의 체력 과부하가 걱정됐던 김 감독이다. 장원준과 유희관은 두산 왕조 구축의 주역이다. 장원준은 2015시즌에 앞서 두산과 FA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86경기 518이닝을 소화, 41승 27패 평균자책점 3.51을 남겼으며,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과 함께 90경기 564이닝 동안 44승 17패 평균자책점 4.29로 호투했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꾸준함이다. 지난 3년간 철저한 자기 관리 아래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토종 선발 2명이 외국인선수 못지않은 역할을 해주니 두산 선발진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선발투수들이 한 시즌 내내 부상 없이 그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는 김 감독의 지론과도 일치한다.

문제는 3시즌 동안 쌓인 피로도였다. 누적 기록을 보면 유희관의 561⅓이닝과 장원준의 518이닝은 지난 3년 간 팀 내 소화 이닝 1, 2위에 위치한다. 리그 전체로 봐도 유희관은 4위, 장원준은 7위이다. 덧붙여 장원준은 각종 국제대회에도 차출됐다.

이에 김 감독은 비시즌 “유희관, 장원준이 그 동안 많은 공을 던졌다. 올 시즌에는 체력 안배가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는 우려와 함께 6선발 플랜을 구상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들의 건강한 몸 상태에 시즌을 5선발로 시작했지만 결국 김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장원준은 전날 사직 롯데전에서 1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1탈삼진 8실점 난조로 조기 강판됐다. 장원준이 2회에 내려간 건 2015년 9월 25일 KT전 이후 무려 967일만의 일이었다. 시즌 기록은 9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9.15로 낯선 수치다. 유희관 또한 7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8.64의 부진으로 지난 5일 299일 만에 2군에 다녀왔다. 전날에는 구원으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감각을 조율.

장원준은 전날 충격의 조기 강판으로 인해 유희관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장원준은 두산 입단 후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유희관은 “불펜에서 감을 찾고 선발로 돌아와야죠”라는 김 감독의 말대로 다시 로테이션 복귀가 예상된다.

당분간은 외인 2명과 이용찬, 이영하 등이 선발진의 중심을 잡겠지만, 다시 강력한 선발야구를 펼치기 위해선 베테랑 장원준-유희관의 반등이 필요하다. 두산 선발진이 다시 '판타스틱4'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원준(좌)과 유희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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