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적응 끝낸 정성훈, 임창용 향한 솔직한 감정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창용이형 상대 타율이 엄청 좋다."

정성훈의 친정은 해태다. 현대, LG 느낌이 강하지만, 1999년 해태에 입단한 광주 출신 베테랑이다. 타이거즈 컴백은 무려 18년만. 정성훈은 어느새 KIA 적응을 끝내고 대타, 대수비와 주전으로 번갈아 나서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

15일 고척 넥센전은 정성훈의 베테랑다운 임기응변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9회초 2사 1,2루서 타격감이 좋지 않은 나지완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패스트볼을 노렸으나 이보근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팔 힘으로만 툭 건드렸다. 타구는 1,2간을 가르면서 결승 적시타가 됐다.

15일 경기 직후 만난 정성훈은 "직구에 타이밍이 늦었는데 변화구는 컨택을 할 수 있다. 슬라이더를 쳤는데 코스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직전 팀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타로 살아남기 위한 루틴을 나름대로 개발했다. 정성훈은 "원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경기 중에 덕아웃 뒤에서 방망이 링을 빼고 흔들고, 홈 게임을 할 때는 덕아웃 바로 뒤에 실내연습장이 있어서 기계 볼을 치기도 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보다 임창용을 향한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임창용도 해태 출신이지만, 사실 두 사람은 올해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1995년에 입단한 임창용이 1998시즌을 끝으로 트레이드 되면서 삼성으로 갔기 때문. 절묘하게 정성훈과 엇갈렸다.

정성훈은 "창용이 형과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뛴다"라면서 "솔직히 그날은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13일 대구 삼성전이었다. 그날 정성훈은 5번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8-7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임창용이 올랐다. 그러나 정성훈이 선두타자 다린 러프의 타구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당시 KIA는 2사 1,3루 위기에 몰렸으나 끝내 실점하지 않았다. 임창용이 역대 최고령 세이브를 처음으로 경신한 순간이었다. 당연히 위기를 자초한 정성훈으로선 임창용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런 말하면 좀 그렇긴 한데 창용이 형이랑 같이 뛰는 게 영광스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임창용과 한솥밥을 먹어 아쉬운(?) 측면도 있다. 정성훈은 "사실 내가 창용이형 상대 타율이 엄청 좋다"라고 웃었다. 실제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정성훈은 임창용에게 2014년 이후 6타수 4안타 1타점으로 강하다.

강렬한 순간도 있었다. 현대 시절이던 2004년 5월5일 대구에서 9회초에 삼성 마무리 임창용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만루홈런을 때린 경험도 있다. 당시 현대는 연장 접전 끝에 대역전승했다. 삼성은 그날 패배를 시작으로 10연패에 빠졌다.

어쨌든 정성훈은 돌아온 타이거즈에 잘 적응하고 있다. 임창용과 함께 뛰며 이런 저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 임창용만큼은 아니어도 정성훈 역시 선수생활을 오랫동안 이어오며 이런저런 기억과 추억이 많다.

16일 임창용에게 정성훈의 코멘트를 소개하자 "그때(2004년 어린이날) 한 방을 친 뒤 나한테 정말 강했다. 그래도 작년에는 나름 잘 막았다"라고 웃었다. 이어 "나도 성훈이와 함께 뛰어서 참 편하다"라고 말했다.

[정성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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