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강아지 사회화, 때를 놓치면 늦는다

최적기는 생후 2~4개월, 접종 기간과 맞물린다는 이유로 사회화 기회 잃어

안전한 사회화를 위한 보호자의 노력 필요해

◆사회화 과정 거치지 않으면 공격성 배가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외부 자극은 공격성만 키우기 일쑤

[사회화를 거치지 않은 개라면 온 힘을 다해 꼬리를 물 것이다. 놀이와 위협을 구분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산책하다 보면 산책 중인 다른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서로 항문이나 얼굴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가까이 댄다. 죽이 잘 맞는다는 판단이 서면 그 자리에서 꼬리를 살랑대며 놀자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소심한 강아지라면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 평범한 환경에서 사회화를 거친 강아지라면 보통 이런 반응들을 보인다.

사회화를 거치지 않고 성견이 되면 다른 개들이 냄새를 맡으러 다가오거나 놀자는 신호를 모두 적대행위로 인식해 맹렬하게 짖거나 경고 없이 물어버린다. 주인 외에 다른 사람들 역시 모두 적으로 인식한다. 외부 자극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모두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때 시끄러웠던 인기 가수 C씨의 프렌치불독 역시 사회화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사례다. 평소에도 목줄 없이 아파트 복도에서 으르렁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품종견들은 미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개량된 것도 있지만 사냥이나 작업을 위해 개량된 품종도 있다. 프렌치불독은 과거 유럽에서 사냥용으로 쓰인 견종이라 본능적으로 공격성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이 키우는 푸들은 사실 수상 작업용으로 널리 알려진 견종이다. 기본적인 활동량이 많은데 이를 인지하지 못 하고 키웠던 많은 견주들에게 버림받는 비운의 품종이기도 하다.

사람도 개인마다 성격이나 덩치 차이가 현격히 난다. 거친 사람이 있는 반면 상냥한 사람이 있다. 또 키가 2m에 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와 섞여 원만하게 지내고 있다. 우리 모두 사회화를 거쳐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강아지 역시 같은 이유로 사회화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사회화는 개와 사람이 더불어 살기 위한 필수 과정

엄마 개가 없다면 보호자가 사회화를 주도해야 한다

사회화를 거친 개는 무는 것부터 다르다. 가볍게 깨무는 행위는 강아지나 사람과 놀 때 상호 작용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다. 또 사회화를 거치면 낯선 손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낯선 개나 사람과 마주치면 가볍게 어루만지는 행위도 포함이 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 낯선 사람이나 강아지와의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사회화의 목적은 다양한 외부자극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보호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강아지에게 평소와는 다른 시야와 소리를 계속 들려주는 것이다. 강아지가 TV 소리나 자동차 경적, 압력밥솥이 증기를 내뿜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불안해할 수 있다.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접힌 귀는 세균이 쉽게 번식해 귀 청소가 필수지만 개는 싫어한다. 어렸을 때 낯선 접촉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회화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

사람과 강아지와의 상호 작용은 그 후에 시작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 여러 강아지와 놀면서 사교성을 기르게 된다.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과 마주치는 것도 강아지의 사회화를 돕는다. 이 시기에 강아지에겐 다소 귀찮지만 꼭 필요한 접촉인 양치질이나 빗질, 발톱 자르기, 귀 청소 등을 시작해 낯선 감촉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갖는 것이 좋다.

◆사회화가 먼저인가, 면역체계 형성이 먼저인가

사회화의 최적기는 생후 2개월에서 4개월 사이로 이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낯선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커 대담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때를 놓치면 금세 찾아오는 사춘기가 반항심을 자극해 사회화를 방해한다.

접종 기간과 겹친다는 이유로 사회화 최적기를 놓치는 보호자들이 많다. 접종은 6주령부터 1차 접종을 시작해 15~16주 사이에 마지막인 5차 접종이 끝난다. 접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외출하면 각종 감염질환에 걸려 강아지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 사회화를 포기하게 만든다.

어린 강아지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환은 파보바이러스 장염이다. 걸리면 설사와 구토를 반복해 곧 탈수상태에 빠진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강아지들에게 치명적인 질환으로 치사율이 80%에 육박한다. 1차부터 5차까지 꾸준히 맞게 되는 종학백신(DHPPL)에 파보바이러스 장염 예방 효과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백신이 100% 완벽한 것은 아니다. 14~16주 사이에 접종 기간이 끝날 때까지 파보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소수의 개체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UC Davis School of Veterinary Medicine에서 1000마리의 강아지를 대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접종을 받은 생후 16주 혹은 그보다 어린 강아지들이 사회화 수업에 참가했을 때 접종을 하지 않은 강아지보다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왔다. 스트레스 해소를 통한 면역력 증강 외에 백신 접종이 끝나지 않은 개가 접종이 끝난 개와 어울리는 행위가 면역체계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각종 감염질환이 무서워 사회화 기간을 건너뛰면 잃는 것이 많아진다. 이런 가정은 마음 아프지만, 병에 걸려 죽는 강아지보다 잘못된 사회화로 포악해진 성격을 이유로 버려지고 안락사당하는 유기견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동물권단체 케어에서 2017년 6월 14일에 발표한 ‘전국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 현황 및 실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82,082마리의 반려동물이 유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안락사 비율은 20%로 16,421마리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공고 기간을 넘기면 바로 안락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안락사를 지양하는 보호소가 늘고 있어 안락사 비율도 해가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중 감염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너무 많아 보호소 생활을 감당할 수 없는 개들은 보통 건강상의 이유로 안락사를 시행한다. 성격이 포악해서 다른 동물이나 봉사자를 다치게 할 가능성이 높은 개들 역시 안락사 대상이다.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버려질 확률이 높아진다. 유기가 되면 낯선 환경에 적개심을 품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덩달아 안락사 확률도 높아진다. 강아지들의 빠른 새출발을 위해서라도 사회화는 꼭 필요하다.

◆강아지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보호자의 책임감에 달려있어

보호자가 통제된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도록 도와야

1. 만나는 개마다 접종 여부를 물어봐야 한다

혹시 모를 병에 걸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땐 접종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접촉 자제를 요청한다.

2.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장소에는 내려놓지 않는다

동물의 배설물이 질병의 매개물이 될 수 있다. 개의 배설물은 파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운동장이나 흙밭, 풀숲은 가더라도 내려놓지 않는다.

3. 시설을 이용할 때 접종 여부를 꼼꼼하게 점검하는지 확인한다

사회화를 위해 애견 유치원을 보내는 보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입원 절차를 밟을 때 접종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다른 보호자들에게도 접종 여부에 대해 똑같이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4. 산책을 시키고 싶다면 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강아지들은 호기심 때문에 땅에 떨어진 것은 일단 물어뜯거나 먹고 보는 습성이 있다. 비교적 바닥이 정돈되어있고 강아지들의 왕래가 적은 곳을 미리 선정해 산책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갖는다.

3차 접종이 끝난 이후부터 산책을 시작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 접종 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미국은 종합 백신 접종이 3차로 끝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견해가 있다. 미국 동물병원협회(AAHA)는 2011년 가이드라인 발표에서 종합 백신 접종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변경했다. 항체 지속기간이 최소 5년 이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접종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감염 질환의 위험성 관리와 사회화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결국 보호자가 똑똑하고 깐깐해져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고민도 많이 해야 한다. 강아지 역시 보호자의 고민만큼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진 = pixabay]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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