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손흥민, "한국 월드컵 최약체…12명처럼 뛰어야"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손흥민은 15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9층 아디다스 풋볼더베이스 서울에서 열린 ‘아디다스-손흥민 스폰서십 연장 체결 및 월드컵 진출 소감 발표’ 행사에 참석해 “2014년 월드컵에 나갔을 때는 기대와 자신감이었다면, 2018년은 조심스럽고 걱정된다. 한국이 최약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잘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 뛰어본 결과 자신감 만으로 성공할 무대 아니다.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레스터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을 마친 손흥민은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조용히 귀국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진출 세 번째 시즌에 리그 36경기에 출전해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컵 대회를 포함하면 52경기 18골 11도움으로 지난 시즌 28개를 넘어선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 29개를 달성했다.

커리어 하이로 시즌을 마친 손흥민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소집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는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는 각오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스웨덴, 멕시코 그리고 ‘전차군단’ 독일과 한 조에 속해 있다.

굉장히 까다로운 조 편성이다. 스웨덴은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탈락시켰고 멕시코는 16강 단골 손님이다. 또 독일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다음은 손흥민 일문일답.

- 오랜 기간 스폰서십을 이어가고 있는데 아디다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디다스와 스폰서십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특별히 고집한다기 보다, 발에 딱 맞고 좋아하는 브랜드다. 어릴 때부터 계속 신어 왔다. 2008년부터 거의 10년이 됐다. 이만큼 편한 브랜드가 없다. 경기장에서 발이 편한 게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아디다스의 스폰을 받고 축구를 했기 때문에 감사하고 있다.

- 아디다스 축구화가 다른 것들 보다 마음에 드는 이유는?

축구화가 워낙 가볍다. 스피드를 위해 중요하다. 포지션상 그런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

-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기분과 각오는?

2014년 월드컵에 나갔을 때는 기대와 자신감이었다면, 2018년은 조심스럽고 걱정된다. 한국이 최약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잘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 뛰어본 결과 자신감 만으로 성공할 무대 아니다.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 많은 선수들이 잘 인지했으면 좋겠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 월드컵에서 만났을 때 가장 반가울 것 같은 토트넘 동료는?

솔직히 토트넘 선수가 있는 팀은 피하고 싶다. 다들 강팀이다. 최종전 끝나고 러시아에서 보자고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잘하면 토트넘 동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독일 리그에서도 활약했는데 독일 선수들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

독일 스쿼드가 안 나와서 어떤 선수가 올 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아는 선수가 있기 때문에 경기 끝나고 얘기하겠지만, 경기 전에는 많은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은 세계 1위다. 큰 무대에서 독일과 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더 잘 준비하고 싶다.

-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인대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성장했다고 느끼는가?

2018년 참여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그때는 어린 나이에 자신감이 꽉 차 있었다. 지금은 경험이 쌓였고 대표팀도 어려졌다. 선수적인 부분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 도르트문트 등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상대팀을 만나면 강한 면모를 보였다. 월드컵 첫 상대 스웨덴 유니폼이 노란색인데 느낌이 어떤가?

저는 그렇게 못 느끼는데 많은 팬 분들이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알았다. 인터넷에서도 그런 것이 있더라. 잠자리 들면 스웨덴과 하는 걸 꿈꾸곤 한다. 첫 경기인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돕고 싶다.

- 이번 월드컵 우승은 누가 할 것 같은지?

워낙 좋은 팀이 많아서 한 팀만 꼽기 어렵다. 잘 모르겠다. 예상하기가 힘들다. 당연히 우리 팀이 우승하면 좋겠지만 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러시아가서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다른 팀 보다 우리 팀만 생각하고 있다. 우리만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어떤 점이 달라지고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항상 얘기하지만, 다른 팀보다 실력이 안 좋으면 그들보다 두 발 더 뛰면 된다. 축구의 퀄리티를 멘탈과 피지컬로 잡느냐에 달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 많이 뛰고 도와주는 것이다. 축구는 11명이 하지만, 12명이 뛰는 것처럼 하면 우리도 충분히 좋은 결과 가질 수 있다.

- 전세계 언론이 한국의 대표 선수로 주목하는데 이에 대한 느낌은?

에이스라고 생각 안 한다. 저보다 팀이 특별했으면 좋겠다. 확실한 색깔 가지고 경기장에 나갔으면 한다. 언론의 평가가 부담이 되진 않는다. 다만 나에게 몰리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담보다 그런 걸 즐긴다. 잘 해내갈 수 있었으면 한다.

- EPL에서 아시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득점 TOP10에 드는 등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성적 외에 득점이나 도움 등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이번엔 울보 이미지를 벗고 싶은가?

항상 경기할 때 웃고 싶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웃으려고 노력한다. 유일하게 우는 이유는 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오면 눈물을 많이 보였다. 국민들한테 눈물 보인다는 자체가 굉장히 창피하고 죄송하다. 축구 팬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 만약 골을 넣는다면 하고 싶은 세리머니가 있는가?

주변 사람이 세리머니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얘길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순간적인 걸 좋아한다.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나오는 세리머니가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다. 월드컵에서도 제가 골 넣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골은 넣고 싶지만 쉽진 않다. 순간적으로 멋진 세리머니를 준비하겠다.

- 어제 발표된 국가대표 명단에서 황희찬, 이근호, 김신욱과 함께 공격진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잘 맞는 상대는 누구이며 어떤 플레이를 할 생각인가?

기성용 형은 뒤에서 항상 좋은 패스를 넣어주려고 하고, 다른 선수들도 호흡이 다 잘 맞는다. 한 선수만 꼽기 어렵다. 저와 성용이형이 서로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구자철 형 같이 경험 많은 선수에게 조언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 올해 큰 대회가 많은데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진통제를 먹고 뛰었다고 들었다. 피로누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를 이겨내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는?

올 시즌 경기를 많이 뛰었다. 다행히 부상이 없었다. 그래서 많이 뛴 건 행운이다. 하지만 많이 뛰면서 후반기 가면서 상당히 지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표팀 소집까지 일주일이란 시간이 있고 잘 쉬면 회복할 수 있다. 발목도 마찬가지다. 6주 정도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나갔는데, 축구 선수 중에 안 아픈 선수는 없다. 진통제 먹는 건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 조금 쉬면서 체력도 회복하고 발목도 회복할 수 있으면 경기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결과를 미리 걱정하는 건 이르다. 팬 분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 드린다. 결과가 안 좋을 때는 충분히 선수들도 잘 안다. 결과 나올때까지 힘드시겠지만 선수들에게 힘을 주셨으면 한다. 저 역시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바칠 각오가 돼 있다.

- 개인적으로 월드컵에서 예상하는 성적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브라질에 안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창피했다.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충분히 자랑스러울 것이다.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줬으면 한다. 너무 월드컵에 대한 꿈이 간절하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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