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맨 오브 라만차', 모두가 둘시네아를 발견하는 순간까지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우리 모두의 둘시네아를 발견하게 해준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돌아왔다. 공연 때마다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객들의 꿈에 대한 열망까지 자극시키는 만큰 이번 공연 역시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맨 오브 라만차'는 스페인의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 스페인 어느 지하감옥에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 이야기를 그린다. 세르반테스는 감옥에서 만난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돈키호테가 주인공인 즉흥극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번 '맨 오브 라만차'는 특히 희망의 메시지가 더욱 와닿는다. 이전과 이야기는 같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꿈꾸면 이룰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에 더욱 공감을 느끼게 한다.

'맨 오브 라만차' 속 노인 알론조는 자신이 돈키호테라 믿으며 허황된 꿈을 쫓는다. 이 모습이 누군가에겐 우스꽝스럽고 한심하게 보인다.

극중 까라스코, 가정부, 알론조의 조카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는 자신에게 취한 나머지 알론조의 행동을 비정상적이라 단정 짓는다. 색안경을 쓴 채 알론조가 쫓는 꿈, 돈키호테의 삶을 그저 허황되다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산초만은 돈키호테를 믿는다. 알론조를 진심으로 대하고, 현실 직시가 아닌 그저 "좋으니까" 가능한 우정을 보여준다.

알돈자의 변화도 그렇다. "태어난 게 죄라 벌을 받고 산다"고 말할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알돈자를 본 알론조는 그를 "둘시네아"라는 고귀한 이름으로 부른다. 현실에 찌든 사람들은 그런 알돈자를 놀리고 유린하지만 알론조만은 알돈자 안에 있는 둘시네아를 발견하고, 진솔하게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알돈자는 변화한다. 현실에 상처 받고 알론조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결국 극 말미 "내 이름은 둘시네아에요"라며 자신 안에 있는 꿈을 이끌어낸다.

돈키호테가 된 알론조, 둘시네아로 변화된 알돈자의 이야기를 들려준 세르반테스 역시 말한다. "우리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들"이라고. 그렇게 감옥 안 죄수들은 변화하고, 이와 동시에 관객들 또한 변화된다. 알돈자가 둘시네아로 변하며 꿈과 희망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알게되는 것처럼 관객들도 자신 안의 둘시네아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을 통해 좀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꿈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된 시기적 영향을 받아 더 와닿기도 한다.

이미 여러 차례 무대에 올려지며 증명했던 만큼 무대와 음악, 이야기는 여전히 탄탄하다.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불쾌한 장면도 어느 정도 수정해 관객들의 불편함을 덜었다. 오만석, 홍광호, 윤공주, 최수진, 이훈진, 김호영 등 배우들의 믿고 보는 연기력과 가창력도 돋보인다.

'맨 오브 라만차'는 우리 모두가 자신 안에 있는 둘시네아를 발견하는 순간까지 계속되어도 좋을 걸작이다. 지극히 단순한 메시지가 이토록 와닿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결국엔 꿈을 쫓고 희망을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공연시간 170분. 오는 6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사진 = 오디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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