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농구 남북단일팀 구성, 아직은 산 넘어 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진전된 건 없어요."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체육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 중심에 농구가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대한체육회와 FIBA 아시아에 남북 농구교류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농구협회는 크게 세 가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에서 열릴 2018 하계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구성이다. 또 하나는 남북 남녀성인대표팀 교류전이다. 나머지 하나는 2014년부터 매년 8월 국내에서 개최한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의 북한 대학 참가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계획 모두 추진 중일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하나도 없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문성은 사무국장은 "말 그대로 추진 중이다.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진전된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고려해야 할 사항,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구성을 보자. 현재 농구협회는 FIBA 아시아에 단일팀 구성에 대한 희망을 표한 상태다. 문 국장은 "FIBA 아시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FIBA 아시아가 아시안게임을 관장하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 한국의 의지를 전달하면 그 순간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대표팀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북한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일팀을 남자대표팀만 할 것인지, 여자대표팀만 할 것인지, 남녀대표팀 모두 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남자의 경우 아시안게임은 병역 특례가 걸렸다. 민감하다. 더구나 농구협회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OCA로부터 리카르도 라틀리프(특별귀화)의 참가에 대한 확답까지 받아놨다. 북한 남자농구의 전력은 완전히 베일에 가린 상태다.

더구나 남자대표팀 자체적인 일정도 빠듯하다. 5월 21일 소집된 이후 6월 15일과 17일 일본과 원정 평가전이 예정됐다. 6월 28일과 7월 1일에는 중국, 홍콩을 상대로 2019 FIBA 중국남자농구월드컵 아시아예선 1라운드 A조 5~6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윌리엄존스컵 참가도 예정됐다.

북한 여자농구는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괜찮다. 문 국장은 "북한 여자농구는 남자보다 FIBA 아시아대회에 좀 더 많이 참가했다"라고 밝혔다. 로숙영이 작년 FIBA 벵갈루루 아시아컵 득점왕에 올랐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의 경우 아직 운영 자체가 구체화되지 않았다. 남자와는 달리 감독 전임제가 아니다. 대표팀 감독 후보군은 이문규 전 KDB생명 코치와 이호근 숭의여고 코치로 압축됐다. 5월 중으로 이사회가 열리고, 6월 말에 대표팀이 소집된다. 대표팀 핵심 박지수의 소집여부도 WNBA 라스베가스와 상의가 필요하다. 소집 자체가 늦기 때문에 단일팀이 구성되면 시간이 더 촉박할 수밖에 없다.

내부적인 교통정리를 끝내더라도 OCA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엔트리 조정 및 확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 때처럼 혼란이 불가피하다. 메달이 걸린 국제대회다. OCA 회원국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남북 농구교류전과 8월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의 북한 참가도 아직은 구상 단계다. 대규모 국제대회가 아니다. 농구협회가 직접 북한과 접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 국장은 "북한 체육단체와 접촉하려면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일부에 공문을 보냈고,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북한의 답변은 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체육교류에 대한 물꼬를 트고, 그 과정에서 농구협회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농구협회 단독으로 일을 추진하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게 문 국장 설명이다.

남북농구교류는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 인기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향하는 남녀프로농구 붐업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다만, 결과가 어떻든 과정과 절차가 정당하고 투명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다. 농구협회가 바쁘게 움직이지만, 아직은 산 넘어 산이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남자농구대표팀(위), 여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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