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맨오브라만차' 윤공주 "네번째 알돈자, 확신 드니 더 자유로워졌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제 자신에 대한 믿음 커졌죠"

뮤지컬배우 윤공주는 2007년 처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만났다. 1년 후인 2008년 또 한 차례, 4년 뒤인 2012년 세번째로 알돈자가 된 그는 2018년 다시 알돈자를 만나 둘시네아로 변화되는 그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벌써 네번째 무대. 첫번째 무대 이후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두번째, 세번째 무대에 올랐던 것을 포함해 경력과 경험들이 쌓인 나이가 됐다. 그래서일까. 윤공주가 이번에 만난 알돈자는 확실히 다르다.

"2007년 처음 할 때는 진짜 최고로 힘들었던 때"라고 운을 뗀 윤공주는 "그땐 너무 어렸고, 뭣도 모르고 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김)선영언니가 하는걸 어떻게든 따라가 보려고 애썼다. 근데 따라갈 수 없었다. 그땐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할 수가 없는 거였다"며 "2008년에는 그래도 두번째 무대였지만 갑자기 원캐스팅으로 하게 돼서 정신이 없이 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다시 하게 됐는데 이젠 좀 상대방 연기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껴지고 보이니까 연습 때부터 너무 재밌었어요. 공연도 무척 재밌고요. 알돈자라는 역할이 되게 힘든데 그렇게 힘들면서도 관객들이나 저나 치유가 되는 게 알돈자예요. 내 안에 몰랐던 둘시네아를 발견하게 되고 끄집어내면서 꿈과 희망을 품게 되는 거죠. 너무나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하면서 저도 치유를 받으니까 저는 사실 너무 재밌게 하고 있어요."

윤공주는 "예전에는 열심히만 했다면 이제 재미를 알게 됐다"고 했다. 이제야 여유가 생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이전에는 그저 막막하게 '부족한게 뭘까' 걱정하며 무조건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 채워진다는 것을 알게돼 재미를 느낀다.

재미를 알게 되니 더 즐기게 됐다. 윤공주 본인도 "연륜인 것 같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그만큼 살고 경험해 봐야 깊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걸 아는 재미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제 진짜 재밌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진짜 재미를 알았죠. 예전에 어릴 땐 세상에 좀 피해 의식이 있었어요. '세상에 나 혼자야. 그러니 난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잘 해야해'라는 게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베풀 되 받으려 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솔직히 신앙의 힘도 컸고, 열심히 하니까 주위에서 인정해주는 것을 진정으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젠 부족한 게 있어도 채워 가면서 제가 잘 하는 부분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거죠."

재미를 알게 될 때 다시 만난 알돈자는 어떨까. 윤공주는 "이번에 알돈자를 오랜만에 했는데 10년의 시간, 네번에 걸쳐 해서인지 드디어 좀 명확하게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하는 알돈자가 나의 100이라 할 수 없지만 이제 내가 진짜 알고 표현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서 그 전에 했던 것들이 후회되진 않는다. 물론 부족한게 있었지만 그 과정이 있어서 지금의 알돈자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돈자를 계속 해보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편안하게 느끼면서, 진짜 공감하면서 표현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참 신비로운 게 많죠. '맨 오브 라만차'는 생각도 못한 꿈의 역할이었는데 기회가 왔었고, 무작정 열심히 했는데 몇 번에 걸쳐 하게 됐고, 또 10여년만에 하게 됐잖아요. 이제야 좀 명확하게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이전의 과정도 지금 되돌아 보면 정말 소중했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어요."

윤공주는 이번 공연을 통해 알돈자의 변화를 더 강하게 느꼈다.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가 이끌어가는 작품이지만 그로 인해 알돈자가 자신 안에 둘시네아를 끌어내며 변화하고, 나아가 관객까지도 변화하는 순간이 느껴진다는 것.

"내 안에 둘시네아, 꿈을 간직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찌들고 지쳐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알돈자의 변화를 보고 희망을 꿈꾸는 거니까 이제 정말 기술적인 걸 다 버리고 온전히 그 여자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며 "드라마 안에서 알돈자를 이해하는 게 명확해지니 표현하기 쉬워졌고 100%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에 확신이라는 것이 든 것 같다. 근데 그 확신이 틀리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관객들 반응을 보고도 '틀리지 않았구나'를 느낀다. 신기하다. 이렇게 맞춰져가는 게 참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예전에는 부족한 게 많았어요. 그래서 주위에서 칭찬을 해주시고 감동 받았다 하셔도 죄송한 마음이 더 컸죠. 근데 이젠 제가 점점 몰입되고 진짜 알돈자가 되니까 관객들이 따라와 주는 게 느껴져요. 그 때 정말 희열을 느끼죠. 노래나 감정, 연기 등에 있어 저 혼자가 아니라 관객 또한 다 몰입이 되며 하나가 되는 날이 딱 있어요. 그런 순간들이 배우로서는 너무 감동적이고 좋은데 '맨 오브 라만차'를 하며 많이 느꼈죠. 그래서 더 진실되게 잘 표현하고 싶어요."

윤공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알돈자가 '내 이름은 둘시네아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명확히 달라진 자신을 느꼈다. 이제야 '이 작품이 이야기 하는 게 이거였구나' 알게 됐다고.

"보이는 그대로 알돈자는 둘시네아가 된 거다. 이전에 성장하는 과정이 지난 뒤 둘시네아가 되는 순간 모든 메시지가 표현 되기 때문에 가장 잘 표현하고 싶은 장면"이라고 밝혔다.

"작품의 메시지가 그래서 중요해요. '맨 오브 라만차'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 꾸잖아요. 현실에서 사람들은 세상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꿈 꾸기 때문에 그게 또 공감이 되죠. 꿈을 쫓는 욕망, 본능이 있기 때문에 더 공감해주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로서 더 책임감도 느껴요. 가슴으로 느끼는 게 진짜 중요하죠. 그래서 알돈자와 제가 동일시 되는 게 느껴져요. 연기인데 제가 진짜 느껴서 하게 되는 거죠. 100% 공감하고, 100% 이해하며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극중 인물을 100% 이해하고 표현하니 연기하는 재미도 더 커졌다. 좀 더 자유로워진 자신을 발견하며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는 그간의 수많은 노력 덕분. "즐기면서 하게 되니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 자신에 대한 믿음도 커진 것 같아요. 경험이 쌓인 거죠. 이전에도 열심히 했고 지금도 열심히 하지만 그 열심히의 방법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겉으로 표현하려고 색칠만 하지 않고 그 안을 채워서 빛으로 내는 느낌이에요. 그걸 저도 느껴요. 그렇게 되기까지 제 안의 둘시네아를 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죠.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었고 강해질 수 있었어요. 두려움이 없어지니 무대 위에서 더 솔직해졌어요. 저를 표현함에 있어서 솔직해지니까 무대 위에서도 솔직하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공연시간 170분. 오는 6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뮤지컬배우 윤공주.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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