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위대한 유혹자'는 왜 유혹에 실패했는가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애당초 유혹할 마음이 있기는 했을까.

1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극본 김보연 연출 강인 이동현)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주인공 권시현(우도환), 은태희(박수영)를 비롯해 최수지(문가영), 이세주(김민재) 등 핵심 인물들의 감정선은 그야말로 요동쳤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다정했다가 화냈다가.

제작진은 맥락 없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감정선을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따라오길 정녕 바랐던 건가. 당장 권시현과 은태희의 관계부터 몰입하기 힘드니,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건 당연했다. 극본이 매끄럽게 그리지 못했다면, 연출이 호흡을 불어넣어 맥락을 살렸어야 할 텐데, 극본과 연출은 서로를 보완하지도 못했다.

배우들의 연기력 부재 역시 드러났다. 유혹을 위해 소위 '오글거리는' 대사를 연기해야 했던 배우 우도환은 대사의 감정을 '오글거림' 이상으로 내놓지 못했다. 숱한 멜로 드라마에서 '오글거리는' 유혹의 대사가 나오지만, 이를 소화하는 배우에 따라 같은 대사라도 '유치함'이 '설렘'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조이는 주연의 무게감을 견디기에는 분발이 절실하다. 제작발표회 당시 지상파 주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며 "(지상파 주연의)무게는 뒤로 넘기고 좋아하는 분들과 열심히 찍고 싶다"고 했으나, 수많은 배우들이 평생을 꿈꾸며 연기력을 갈고닦아도 닿기 힘든 자리가 '지상파 주연'이란 사실을 스스로 되새겨야 한다.

특히 '위대한 유혹자'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MBC가 현 세대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이고, 취업 후에도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답답한 현실 속의 시청자들이다. 돈 많은 부잣집 2세들의 신세 한탄과 거짓말 가득한 사랑 이야기에서 공감이나 위로를 얻기 힘들다는 건 '위대한 유혹자'를 내놓기 전에 이미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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