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챔피언’ ‘레슬러’, 새로운 가족의 탄생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개봉하는 ‘챔피언’과 ‘레슬러’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다룬다. 두 영화는 각각 팔씨름과 레슬링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속살은 가족애를 품고 있다.

‘챔피언’의 마크(마동석)는 미국으로 입양돼 팔씨름 세계 챔피언에 도전했다 좌절한 뒤 자칭 스포츠 에이전트를 진기(권율)의 권유로 한국에 들어와 팔씨름 경기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버렸던 엄마의 집에 갔다가 수진(한애리)과 어린 두 남매를 만나 함께 동거하며 정을 쌓아간다.

‘챔피언’은 어린 시절 꿈을 이루는 전형적인 스포츠영화 장르 문법을 따르면서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혼란과 핏줄의 문제를 다루며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세계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을 지칭하던 디아스포라는 이제 자신의 삶의 터전과 공동체를 떠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뜻하게 됐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재일 조선인, 고려인, 재중동포를 비롯해 이산가족, 입양아 등 700만명이 넘는다. 세계 4위의 디아스포라 규모다.

한국전쟁 이후로 급증한 입양아는 20만명이 넘는데, 이들은 성인이 된 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린다.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슬픔과 고통을 어느 누가 헤어릴 수 있겠는가. 마크 역시 아픔을 간직한 채 엄마를 찾는다. 찾을까 말까 망설이다 진실을 알게된 이후에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갈등하던 그는 ‘핏줄’의 강박을 버리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그의 선택은 소외된 사람들의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뭉클하게 보여준다.

‘챔피언’이 가족의 핏줄을 다루다면, ‘레슬러’는 가족의 집착을 풀어낸다. 전직 국가대표 레슬러 귀보(유해진)는 아들 성웅(김민재)을 금메달리스트로 키우기 위해 온갖 헌신을 다한다. 어느날 윗집 이웃이자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에게 엉뚱한 고백을 하면서 부자(父子)의 관계는 꼬여간다.

가영이 귀보에게 매달리는 설정은 귀보와 성웅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촉매재다. 성웅은 아빠에 대한 질투가 뒤섞인 복잡한 심리 속에서 자신에게 물었을 것이다.

“도대체 나에게 아빠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왜 아빠의 꿈을 위해 레슬링을 하고 있는가.”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대답은 한결같다.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거야.”

그러나 과연 레슬링은 성웅을 위한 것이었을까. 금메달이 인생의 목표여야 하는가. 혹시 아빠가 아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귀보의 지인은 늘 이렇게 말한다. “아들에게 너무 집착하지 마.”

핏줄로 연결됐지만, 자식에게 집착한다면 과연 온전한 가족이라 할 수 있는가. 진정한 가족은 서로의 인격과 자유를 존중해준다.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부모 또는 자식의 바람을 응원해주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라고, ‘레슬러’는 말한다.

‘챔피언’과 ‘레슬러’는 기존의 가족관을 유쾌한 웃음으로 넘기고, 따뜻한 감동으로 뒤집는다.

[사진 제공 = 워너브러더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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