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③] '무한동력' 오종혁 "될만한데 사라졌다? 무대 잃고싶지 않아"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오종혁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찾았다. 동료들과 연습하며 닫혔던 마음을 열었고, 쉽지 않은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받은 상처들을 무대에서 치유했다.

그래서 오종혁은 더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방송 매체를 통해 더 노출되고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그 바람에 휩쓸려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수록 더 무대에 몰입했다.

현재 그는 뮤지컬 '무한동력'에 출연하며 자신의 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있다. '무한동력'은 수자네 하숙집 마당의 '무한동력기관'을 둘러싼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무대화한 작품.

오종혁은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지만 이 시대 가장 평범한 청년 장선재 역을 맡아 이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그는 "사실 전역하고나서 군대로 인해 예능에서 많이 찾아 주셨는데 '내가 있고 싶은 곳이 어디지?' 했을 때 무대라는 생각을 했다"며 "바람에 따라 노를 저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고집을 부렸다. 그 바람을 타기 싫었다"고 고백했다.

"바람에 휩쓸려서 지금 이 무대의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사람들이 좋게 봐준 제 모습은 포장된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미화된 모습으로 기억에 남고 그에 부응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뭔가를 얻기 위해 제 모습이 아닌 바람을 타고 싶진 않았죠. 물론 사람들은 '될 만한데 또 사라졌더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상처 받지 않았어요. 예전 같으면 상처였을텐데 이제 내가 나를 위해 그 바람을 날려 보냈기 때문에 괜찮더라고요."

무대에 집중하며 벌써 10년 간 다양한 작품을 했다. 점차 배우다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더 욕심이 든다고. "어떤 방향을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가는 모습이 좋다"며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이전에 힘들었던 때보다 분명히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모님께도 '느리더라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길로 갈게요' 했을 때 이해해주셨어요. 가족이 정말 큰 힘이 됐죠. 극중 대사에 '죽기 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날 것 같냐. 못 이룬 꿈이 생각날 것 같냐'고 하는데 전 못 이룬 꿈이 생각날 것 같아요. 항상 치열하게 살아 왔었고, 행복이라는 꿈이 생겼기 때문에 제겐 꿈이 더 커요."

오종혁은 2008년 뮤지컬 '온에어'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본부터 시작했다.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만난 뮤지컬이기 때문에 그 때 만난 사람들의 에너지가 좋았고, 치유 받는 느낌이 좋았다.

"'온에어' 다음 작품이 '쓰릴미'였어요. 뭔가 연기적으로도 더 깊이 들어갔다. 단 두 작품만에 제게 과분한 작품을 만나다 보니 소화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관객이 무서웠고, 어렵기만 했죠. 근데 작품이 끝나갈 때쯤 더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연기에 계속해서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아요."

군입대를 한 뒤에도 계속 연기, 무대에 대한 생각만 했다. '무대 다시 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거듭했고, 전역 후 빨리 공연을 하고 싶었다.

그는 "공연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군대에 와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며 "근데 다행스럽게 전역 후 '그날들'을 만났고, 이후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나 감사했다"고 밝혔다.

"자신없고 무서웠을 때 함께 연극을 했던 김소진 배우가 용기를 주셨어요. '종혁아 너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셨죠. 저는 그럴 수 있는 실력이 안 되는데 할 수 있다고 해주시고 연출님도 '될만하니까 하자고 하는 거다'라고 해주시니 힘이 났죠. 그래서 더 진중하고 깊게 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지 벌써 10년째. 이 때 만난 뮤지컬 '무한동력'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종혁은 "벌써 10년째 오면서 저도 모르게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 계속 되뇌이려고 하고 상기시키려 하지만 잊어 버렸던 처음 시작의 설렘, 절실함, 무대에 대한 떨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답했다.

"10년이 되는 해에 만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를 다시 한 번 달릴 수 있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여태까지 1단 기어로 열심히 왔다면 이제 2단 기어를 넣을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죠."

마지막으로 오종혁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무한동력이 되는 원동력을 전했다.

"제게 가장 힘이 되는 무한동력은 가족이에요. 저를 믿어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형에게 너무 감사해요. 가정이 화목하다는 게 큰 힘이 되죠. 항상 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지쳐 있을 때 가족이 에너지를 줘요. 그래서 더 행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게 되고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관객분들은 '무한동력'을 봄으로써 다시 한 번 뛸 수 있는 힘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네요."

뮤지컬 '무한동력'. 공연시간 105분. 오는 7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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