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무한동력' 오종혁 "평범한役 힘들었다, 늘 하는 시행착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제 어엿한 뮤지컬배우다. 1999년 아이돌 그룹 클릭비로 데뷔한 오종혁은 2008년 처음 뮤지컬을 시작해 이제 뮤지컬배우 11년차가 됐다.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인지도를 내세워 인기를 쫓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무대의 진정성을 택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이제 진짜 무대 위 배우가 됐다.

현재 오종혁이 출연중인 뮤지컬은 '무한동력'. 수자네 하숙집 마당의 '무한동력기관'을 둘러싼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을 무대화 했다. 극중 오종혁은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지만 이 시대 가장 평범한 청년 장선재 역을 맡았다.

오종혁은 자신을 처음 연극으로 끌어줬던 김동연 연출과 함께 한다는 말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무한동력'에 대한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연습을 시작한 뒤 오종혁은 고민에 빠졌다. '평범함' 자체가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 몰랐던 것. 27세 청년을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다른 인물들에 비해 극적인 사연이 있거나 독특한 캐릭터가 아니었던 탓에 오히려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평범함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어요. 너무 평범한 캐릭터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자꾸 뭔가를 첨가하고 옷을 입히고 있더라고요. 계속 제 모습이 아닌 다른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까 제 모습이 아닌 다른 것에서 저를 찾아 왔는데 장선재라는 인물은 좀 많이 달랐죠. 평범함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아서 초반엔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주위 사람들과 같이 흘러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걸 느껴주기만 하면 되는데 자꾸 뭘 하려고 한 거죠. 스스로 그걸 겪어가면서 변해간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결국 연습 막바지가 되어서야 어느 정도 해답을 찾고 풀어갈 수 있었다. 나중에 생각하면 결국 해야 하는 고민이었고, '왜 고민했지?'라는 의문이 든다. "늘 하는 시행착오인데 매 작품 너무 많이 고민하다가 마지막에서야 모든 캐릭터들이 완성되고 합을 맞춤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풀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매 작품마다 그걸 반복해요. 배우를 계속 해오면서 스스로 완전한 배우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아직 배워가고 부딪혀 나가는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나 혼자 고민해서 될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자꾸 고민하죠. 근데 그런 고민을 해야 또 마지막에 풀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무한 반복인 것 같아요. 이게 제겐 무한동력인 것 같네요."

오종혁은 계속 깨지고 부딪히고 실수를 반복하며 또 힘들어하는 자신의 모습, 결국 그로 인해 방법을 찾고 성장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의도치 않은 무한동력이 된다고 했다.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고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선 답이 보이지 않고 힘들어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선재라는 인물로 인해 관객들에게 어떤 공감을 받아낼지 고민했다"며 "인물들별로 공감을 받아내야 하는데 사실 선재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큰 고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개인이 생각하는 고민은 상대적인 거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사와 학업을 병행하며 가정 형편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는 수자와 엄마 없이 삐뚤어지고 어두워져만 가지만 꿈이 있는 수동, 엄마 없이 아들, 딸을 키우는 아버지, 집안이 망해 꿈을 접고 현실로 뛰어들어야 했던 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꿈과 멀어지려는 기한 사이에서 과연 선재가 갖고 있는 고민이 이걸 종합할 수 있는 고민이 될까 싶었던 거죠. 이 친구에겐 이 고민이 가장 크지만 자칫 이들 사이에서 징징거리는 걸로 보여질까봐 고민했어요."

오종혁은 변화하는 장선재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하숙집 식구들로 인해 장선재가 변화하게 되면서 결국 방향을 잡게 된다는 것. "한 집안의 아들, 친구, 그런 인물로서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어떤 방향성이라던지 동력이 생겼다"며 "그렇게 해서 변해간다.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가 변화해 가면서 '그래도 가고 있구나. 계속 무너지고 있는건 아니구나'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무한동력'. 공연시간 105분. 오는 7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MD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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