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치유한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불꽃 튀듯이 전기가 흘러 자유를 얻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남녀노소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치유한다. 이 조그만 소년 빌리가 자신의 자유를 노래하고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탄광촌 사람들 모두가 내가 되고 또 우리가 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해 아카데미상 후보로도 올랐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1984-85년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어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5개의 올리비에 상과, 10개의 토니 상 등 전세계적으로 공연에 주어지는 80여 개의 상을 수상하고 영국, 미국, 한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등 5개 대륙, 약 1,100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0년 초연됐고, 7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작'이라는 평을 듣는 만큼 '빌리 엘리어트'의 이야기가 가지는 힘은 매우 크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유와 꿈을 찾는 소년의 이야기에서 우리 모두를 볼 수 있기 때문. 빌리가 우리를 모두 대변하고, 우리는 그런 빌리를 보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누구나 자유를 꿈꾼다. 나 자신을 불꽃 튀듯 전기가 흐르게 하는 그 무엇. 그 형태와 성질은 모두 다르겠지만 어찌 됐든 우리 모두는 그 무언가에서 우리만의 자유를 꿈꾸고 있지 않는가.

탄광촌 사람들도 그렇다. 탄광 파업시위 임하는 이들도 자신만의 자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암울하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파업의 현장이지만 그 안에서 빌리는 자신의 꿈을 꾸고, 탄광촌 노동자들 역시 저마다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빌리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그를 응원하며 스스로 치유를 얻기도 한다.

소외된 지역의 인물들을 이야기 하는 만큼 '빌리 엘리어트'는 소수자에 집중한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무겁지 않게 터치하고, 노인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또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빌리 가족의 이야기는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그래서 '빌리 엘리어트'가 갖는 의미는 더 크다. 남녀노소,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단순히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응원하고 치유하는데 의미가 있다. 무겁지 않게, 적절한 웃음과 볼거리를 선사하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통일시킨다는 것이 훌륭하다.

배우들의 실력, 볼거리 역시 '빌리 엘리어트'만의 장점. 신시컴퍼니는 1년 간의 오디션을 진행했고, 재능 있는 소년들이 오디션 및 트레이닝을 통해 발탁됐다. 치열한 오디션 만큼이나 부쩍 성장한 빌리 역 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의 내공은 상당하다.

또 마이클 역 유호열, 한우종, 곽이한, 강희준, 데비 역 석주현, 김요나, 박시연 등을 비롯 스몰보이, 아역 앙상블들은 연습량을 가늠케 하는 실력을 보여준다. 성인 배우들 역시 탄탄한 실력을 갖고 있다.

무대 활용 역시 볼거리다. 다양한 무대 활용과 표현, 공간을 제한하지 않는 전체적인 활용은 '빌리 엘리어트'의 퀄리티를 훨씬 높여준다. 그야말로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시간 175분. 오는 5월 7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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