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워너원, '데뷔'가 간절하던 소년들은 어디로 갔는가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데뷔'가 간절하던 소년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룹 워너원의 방송사고 논란은 어떤 말을 쏟아냈느냐가 핵심은 아니다. 불량해 보인 일부 멤버들의 태도와 이로 인해 깨진 이미지가 더 큰 문제다. 그들의 민낯을 목격한 뒤 대중의 당혹감은 배신감으로까지 번졌다.

애당초 엠넷 '프로듀스101'은 노래나 춤이 뛰어난 실력파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실력파를 뽑을 요량이었다면, 데뷔의 결정권을 팬이 아닌 이승철이나 박진영, 양현석 같은 전문가에게 맡겼을 것이다.

'프로듀스101'은 누가 어떤 이미지로 더 많은 팬들을 획득하느냐에 초점 맞춰져 있었다. 가장 매력적인 이미지로 11위 안에 들어 데뷔하게 된 게 워너원이다.

하지만 이 '이미지'를 워너원 스스로 깨버렸다. 논란이 된 영상에서 멤버들이 나눈 노골적인 대화 내용들은 '프로듀스101' 때부터 탄탄히 쌓아 올려진 '순수한 소년'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공식 데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정산 불만을 꺼낸 것도 대중이 기대하던 모습과는 괴리가 컸다.

돈은 중요한 문제고, 정상적이지 못하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직 '데뷔가 꿈'이라던 그들의 소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직 소년들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치열하게 투표한 팬들의 응원 배경에도 '돈'은 없었다. 팬들의 노력만 허망해졌다.

나이 어린 친구들끼리 모여서 편하게 나눈 대화였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상 속 장소는 숙소가 아니었다. 다른 스태프들이 함께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거침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전화번호를 팬들에게 던져주기라도 하듯 떠벌렸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워너원에게 소위 '스타병'이 벌써 찾아온 게 아닌가 우려될 지경이었다.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그들의 데뷔는 결코 워너원이 잘난 탓에 이뤄진 게 아니다. 그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이미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믿었던 팬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워너원의 안일한 대응은 믿음이 깨진 팬들의 상처만 키울 것이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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