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픽] '착하게살자'는 왜 '진짜사나이'가 되지못했나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모두가 알고 있듯 연예인 재소자는 진짜 수감자가 아니다. '착하게 살자'의 시행착오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16일 밤 방송된 JTBC '착하게 살자' 마지막 회에서는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는 수감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지난 1월부터 8회에 걸쳐 방송된 '착하게 살자'는 구속부터 재판, 수감까지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국내 최초 사법 리얼리티로 기획됐다.

첫 방송 전 '착하게 살자'가 큰 관심을 모은 이유는 '교도소 체험'이라는 이색적인 콘셉트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프로그램이 기대만큼이나 큰 우려를 받은 이유이기도 했다. 신선한 소재만큼이나 범죄 미화, 희화화 등 프로그램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잖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우려했던 부정적 영향은 없었다. 관계 기관의 협조 속에 프로그램이 그려낸 리얼한 묘사는 교도소라는 시설이 가지는 압박감이 얼마나 큰 지를 시청자에 전달했다. "왜 착하게 살아야하는지 시청자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고 한다"는 제작진의 호언장담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그게 다였다는 것이 아쉬움이다. '착하게 살자'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한 획을 그은 김민종 PD와 '무한도전'에서 김태호 PD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제영제 PD가 YG엔터테인먼트 이적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능프로그램이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두 PD의 대표프로그램 수준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군대와 교도소라는 이색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진짜 사나이'와 '착하게 살자'를 비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군대와 교도소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군대는 남성 시청자는 물론 가족을 군대로 보내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간이지만, 교도소는 대다수의 시청자에게 낯선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단순히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정보 전달만으로 예능을 만들 수는 없었다. 제작진은 부족한 공감대를 상황극으로 메우기 위해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가상의 죄목과 상황을 부여하는 장치를 사용했지만, 오히려 이는 교도소라는 상황에 몰입하던 시청자의 집중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진정성의 차이도 있었다. 군대는 비록 일주일이라도 힘든 훈련과정 자체가 저절로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만들어냈지만, '착하게 살자' 속 일주일 가량의 연예인 동료들과 함께 하는 수감생활은 그런 절박함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신선한 소재이기에 더욱 아쉬운 시행착오. 이것이 '착하게 살자'에 아쉬운 결과를 남겨주고 말았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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