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별나라] "연예계 성폭력 근절"…'미투'가 쏘아 올린 큰 公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미투'(Me Too), 한마디의 외침이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연예계 쉬쉬 되던 성폭력 범죄가 공론화(公論化), 근절의 발판이 되고 있다.

'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밝히기까지 마음속으로 수천 번 되뇌었을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속앓이를 해야 하는 건 결국 피해자의 몫이 되어버리기 때문. 가해자의 죄를 따지기에 앞서, 피해자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화살로 2차 가해가 따라오는 게 현실이다. 권력형 성범죄 피해라면 더더욱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는 노릇.

이 가운데 할리우드를 타고 불어닥친 '미투 캠페인' 바람이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에 힘을 실어줬다. 침묵에 숨은 가해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악의 연대기를 끊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투 운동은 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지난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스캔들이 터지면서 불붙었고, 한국 문화예술계와 연예계까지 뻗치며 추악한 이면을 들춰냈다.

공론화됨에 따라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들이 더이상 감싸는 태도가 아닌 자정(自淨) 노력을 기울이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극계 거장'이더라도, '캠퍼스 왕'으로 군림했다 한들 뒤늦게나마 범죄의 댓가를 치르게 됐다.

미투 고발 이후 서울연극협회, 한국극작가협회는 이윤택을 제명했다. 고은 시인 또한 한국극작가협회에서 제명당할 전망이다. 서울예대 측은 오태석 연출가를 강단에 서지 못하게 조처를 한 뒤 사과문을 발표했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에 페루 리마페스티벌 참가 지원 조건으로 오태석 연출가의 '비동행'을 내걸었다. 도피성 출국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영화 '흥부' 제작사는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 발언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모든 홍보 일정에서 배제시켰다. OCN 새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 측은 조민기를 야당 대통령 후보 국한주 역에서 하차키로 결정을 내렸다.

권력의 성이 드디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문화재 하용부, 변희석 음악감독, 유명 영화배우 오 모 씨도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무엇보다 미투 운동은 피해자에 대한 인식 변화로도 이어지게 했다. 신상정보 공개로 인한 후폭풍 대신 미투 지지 선언 물결이 일고 있다. 최희서, 신소율, 김지우, 김태리, 이규형, 이세랑 등 배우들이 공개적으로 동참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또한 성폭력 범죄의 고통이 얼마나 깊은 것이지, 체감케 했다. 하비 와인스타인부터 이윤택, 조민기, 오태석 등 대부분 사건의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한참 과거의 때이다. 하지만 생생한 폭로가 쏟아지며 피해자들에겐 여전히 지나가지 않은 현재임을 말해준다. 진정한 사과와 처벌이 없는 한 시간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었다.

이제 세월을 약으로 쓴 가해자에게, 그에 응당한 책임이 돌아가고 있는 조짐이다. 범죄 인식에 무뎌져 그 행각이 대범해지고, 나날이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온 이들. 아직까지도 침묵, 잠적, 거짓 사과 등의 뻔뻔한 태도를 일삼고 있으며 공분을 자아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시간이 약이오, 버티기 수법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하루빨리 뉘우쳐야 할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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