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마더', 모성애 폐부를 찌르다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가슴 아프지만 피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

케이블채널 tvN 수목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는 1회부터 아동학대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마구 찌른다. 태어날 때부터 사랑만 받기에도 모자란 아이에게 "더럽다"라는 말을 듣게 하는 모친 자영(고성희)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비뚤어진 엄마다.

'마더'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지난 2010년 일본 NTV에서 방영됐다. 학대받는 소녀를 납치하고 그 소녀의 어머니가 되기로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마더'는 일본에서도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난 널 유괴하려고 해. 나에게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겠니?"라는 대사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가짜엄마(마츠유키 야스코)의 심경을 보여주며 일본 시청자들의 큰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8년 만에 국내에 tvN 리메이크로 상륙한 '마더'는 가짜 엄마가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가 되기에는 차가운 선생님과 진짜 엄마에게 버림받은 8세 여자 아이의 모녀 로맨스'라는 작품 설명은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 있는 캐릭터 설정이었다. 하지만 '마더'는 1회부터 아이 혜나(허율)가 처한 답답하고 가슴 아픈 상황과 더불어, 수진(이보영) 또한 누군가의 딸로서 아픔을 갖고 있는 모습이 공존해 그려졌다.

'마더'에서는 아이 폭행에 대한 모습이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지만 작고 가녀린 온몸 가득 뒤덮고 있는 큰 상처들과 영양실조 판정 등을 통해 아동 학대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특히 모성애가 없는 엄마 자영(고성희)의 남자친구 설악(손석구)은 놀이를 한답시고 아이에게 가학적인 행동들을 하는데, 죄 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을 더욱 경악케 한다.

최근 뉴스를 보면 훈훈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보다는 안타깝고 끔찍한 사건사고들이 온통 메인을 장식한다. 이들 중에는 세상에 태어나 보호받고 사랑받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어른들에 의해 모진 학대를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있다. 극 중 혜나는 자영과 설악에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경찰로부터 엄마를 지켜내려는 마음을 보이는데, 이 또한 실제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알려져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마더' 1, 2회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면 3, 4회에서는 이제 수진(이보영)과 혜나가 함께 그 여정을 밟는 시작이 그려질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그를 통해 실제로 어딘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혜나는 수진에게 "엄마"라고 부르며 자신 또한 이 여정을 선택했다. 정서경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들이 더해져, 차갑고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점차 피어나는 야생화 같은 혜나의 불안하지만 버티고 서있는 혜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마더'는 수진과 혜나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비뚤어진 모성애인 자영과 혜나의 이야기, 그리고 수진과 그의 엄마 영신(이혜영) 등 각기 다른 세 모녀의 이야기를 그려내 시청자들에게 더욱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그릇되고 비뚤어진 모성애와 딸의 행복 사이의 간극에 시청자들이 서있게 만드는 '마더'다.

앞서 1회 방송 이후 제작진은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아픈 소재인만큼 드라마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진정성있게 접근하려고 감독,작가,배우 모두가 노력했다. 위험하지만 용감한 결심을 하게 되는 인물들의 작고 섬세한 감정들도 놓치지 않으려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단순히 문제 제기 뿐만 아니라 '마더'를 통해 사회적인 대책 마련 또한 나오길 기대해본다.

[사진 = tv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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