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100점 만점에 40점"…'데뷔 9년차' 수지를 위한 충언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100점 만점에 40점."

수지의 귀에는 거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양약고구(良藥苦口)라 했으니, 감히 아끼는 마음으로 충언한다.

수지의 쇼케이스는 실망스러웠다. 수지는 스스로의 연기, 노래 병행 점수를 "40점"으로 매겼다. 나머지 60점을 채우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몇몇 매체에서 이미 지적했듯 수지가 29일 새 앨범 '페이시스 오브 러브' 쇼케이스에서 취재진과 가진 질의응답은 수지의 준비 부족을 고스란히 노출한 순간이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수지는 말을 끌거나 말끝을 흐리며 명확하게 답을 못하기 일쑤였다. 중언부언하거나 핵심에 닿지 않고 배도는 인상도 역력했다. 거듭 질문을 잊는 등 자신의 쇼케이스에 스스로가 집중하지도 못했다.

무성의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특히 수지의 이번 앨범에는 총 일곱 곡이 실렸다. 1시간 내내 앨범 이야기를 늘어놔도 모자랄 곡 수다. 허나 앨범을 한 곡씩 설명할 때 수지의 목소리는 영 확신에 차지 못했다. '겉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왔을 정도다. 가수가 자신의 앨범에 자신감 없다면, 누가 믿고 듣겠는가.

긴장했기 때문이라고 옹호할 수 있다. 하지만 데뷔 9년차다. 갓 데뷔한 신인 가수들의 쇼케이스도 수지보다 의욕이 넘쳤으면 넘쳤지, 결코 부족하다 할 수 없다.

달변가가 아닌 탓이라고 감쌀 수도 있다. 하지만 데뷔 9년차, 프로다. 더구나 수지가 공식석상에서 언행으로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시상식 수상 소감 때에도 태도 논란에 휘말렸던 수지 아닌가. 당시 '진의'가 '태도 논란'에 가려졌던 것이라면, 그 사이 개선했어야 할 텐데, 이날 쇼케이스로 수지는 스스로 과거 논란을 재탕한 셈이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실망스러운 건 수지의 노래 실력 역시 과연 홀로서기의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스러웠단 점이다.

발라드곡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를 부를 때, 수지의 고음은 잔뜩 힘을 주고도 시원하게 터져나오지 못했다. 도리어 '넌 좋은 사람이니까', '너 아닌 다른 사람을' 등 박자가 빨라 부르기 어려운 구간에선 목소리를 MR에 미리 섞어 넣는 등 노래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느낌도 주지 못했다.

수지는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아이콘이다. 가창력이나 연기력이 좀 부족해도, 말재주 정도는 좀 미숙해도, 그의 노래와 작품이 순식간에 소비되는 인기 스타다.

그러나 인기는 영원불멸하지 않다. 수지 이전 시대의 모든 스타들의 인기도 그러했다. 자명한 사실은 인기의 거품이 걷히면 대중의 냉정한 평가만 남는다는 것이다.

지금 수지는 스스로 40점이라 매겨도 주변에서 100점이라 치켜세우는 감언에만 귀기울일 때가 아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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