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의 틈] 유승호, 멜로가 어렵다는 건 엄살이었네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영화 '집으로'에서 철부지 꼬마를 연기하던 유승호는 슈트로 근사한 분위기를 내고 진한 키스신으로 화제를 모으는 스물 여섯의 청춘 스타로 훌쩍 성장했다.

25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는 배우 유승호에 대한 생각을 넓히게 한 작품이다. 멜로가 어렵게 느껴진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나 싶다. 홑꺼풀의 선한 눈매와 그윽한 눈빛, 중저음의 설득력 있는 목소리까지 모든 게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 돼 있었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놓인 얼굴도 유승호만의 개성이다.

SF 휴먼 로맨틱 코미디라는 거창한 포장을 두른 '로봇이 아니야'가 그에 걸맞은 전개로 시청자를 끌어당기지 못한 점은 아쉬우나 유승호, 채수빈, 엄기준 등 드라마를 이끌어간 배우가 매력적이지 못한 작품은 분명 아니었다. 부실한 전개 속에서도 고정 시청자를 흡족하게 한 건 남자주인공 유승호 몫이 컸다.

사실 유승호의 로맨틱 코미디물 출연에 대한 팬들의 요구 목소리는 커질 대로 커져 있었다. 그간 아역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으로 사연이 깊고 어두운 역할에만 몰두했던 탓이다. 커다란 기대 속에 유승호는 필모그래피에 부재했던 '로맨틱 코미디'를 데뷔 18년 만에 추가했다.

유승호는 인간 알러지를 앓고 있는 김민규를 감각 있게 잘 표현했다. 아지3(채수빈)의 정체가 드러나며 혼돈에 휩싸였을 때, 변함 없는 감정을 깨닫고 사랑을 표현할 때 두 눈은 점점 깊은 로맨스로 들어찼다.

시청자들은 '로봇이 아니야'를 통해 "슬픔, 기쁨, 사랑, 유머를 대사 없이도 눈빛으로 녹여낼 수 있는 배우"라는 유승호에 대한 정대윤 PD의 극찬을 실감할 수 있었다.

'로봇이 아니야'가 흥행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와준 유승호에겐 분명 의미가 남다른 도전이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방송 화면]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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