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설희의 신호등] SBS, 상품권 페이가 관행? 뿌리 뽑아야할 악행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SBS가 방송계에 만연한 관행을 이제라도 뿌리 뽑기 위해 나섰다.

앞서 한 매체는 일부 방송사가 외주제작사 직원들의 임금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해왔다고 보도하며 구체적으로 SBS '동상이몽' PD A씨의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PD는 A씨에게 "관행인데 왜 말했냐"며 역정을 냈다.

상품권 페이가 논란이 되자 SBS는 즉각 조치에 나섰다. 프로그램 제작 외부 인력에 용역 대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것이 논란이 된 사건과 관련해 'SBS프로그램의 상품권 지급 조사 결과 및 대책'를 발표한 것.

SBS 측은 "최선을 다해 준 협력업체와 프리랜서들에게 용역비나 근로 대가의 일부가 상품권으로 지급된 데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한 뒤 "SBS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은 기존계약이 종료되는 2018년 3월 1일 이후 상품권 협찬을 전면 폐지하겠다.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도 본래 용도와 다른 상품권 사용을 일절 금지하겠다. 지급된 상품권은 당사자와 협의하여 현금으로 바꾸어 지급하겠다"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 "SBS가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외부 동반자의 신뢰와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번 상품권 부당지급 당사자들께 재삼 사과드리며 앞으로 갑질 논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상품권 페이는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던 것이었다. 분명히 잘못된 것임에도 이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혹은 갑에게 당하는 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행'이 되어 버렸다. 예전부터 해오던대로 해야만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힘없는 을들은 이같은 갑질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제까지 당하고만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드디어 잘못된 관행이 지적되고 뿌리를 뽑을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또 다른 누군가는 이같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현실을 깨닫고 모두가 한발자국 내딛은 것이다.

을이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 관행은 사실 악행과도 같다. 문제점이 뻔히 드러나는 관행은 그저 갑들이 편하자고 만들어 놓은 룰밖에 안 된다. 이는 곧 땀흘려 일하고 정당한 대가를 바당야 할 모든 이들에게 악행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행히도 SBS는 이제라도 문제점을 고치기로 마음 먹었다. 관행이라는 말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악행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이미 한참 늦었지만 그럼에도 이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잘못된 관행에 대해 분노하고 지적해야 한다. 악행에서 벗어나 열정의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한다. SBS 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 모든 이들이 각성해야 한다.

[사진 = SBS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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