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 감독, 이다영 풀타임 소화에 담긴 큰 그림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현대건설은 올 시즌 백업 선수 없이 세터를 운영하고 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터의 임무가 막중하지만, 이도희 감독은 주전 세터 이다영(22)을 풀타임으로 기용한다.

명세터 출신의 이 감독은 지난해 부임과 함께 이다영을 2017-2018시즌 주전 세터로 낙점했다. 이 감독은 그 동안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IBK기업은행)에게 가려졌던 이다영에게 비시즌 상당한 공을 들이며 성장을 도모했다.

시즌이 절반을 넘은 현재 이다영의 성장세는 기대 이상이다. 이효희(도로공사), 조송화(흥국생명) 등 쟁쟁한 주전급 세터들을 제치고 세트 1위(세트 당 평균 11.461)에 올라 있고, 180cm의 높은 키를 활용하며 블로킹에서도 8위(세트 당 평균 0.566)에 위치하고 있다. 세터 중엔 단연 선두. 지난 1라운드에선 생애 첫 라운드 MVP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감독은 전날 GS칼텍스와의 경기 후 “워낙 힘이 좋고 순발력이 있어 다양한 자세로 토스를 만들어낸다. 구부정한 자세에서도 힘 있게 (공을) 올린다. 나도 그렇게 못 했다”라고 웃으며 이다영의 성장에 흡족해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운영에는 분명 위험성도 존재한다. 현대건설은 이다영이 부상으로 이탈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 98년생의 신예 김다인이 있지만 주축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엔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프로스포츠에서 부상 없이 온전히 한 시즌을 치르는 선수가 많지 않기에 이다영의 몸 상태에 촉각이 곤두 세워질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달 5일 이다영의 부재로 인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IBK기업은행전 3세트 도중 이다영이 메디의 스파이크에 눈을 맞고 교체됐고, 신예 김다인이 투입됐지만 큰 경기의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현대건설은 당시 3세트를 12-25로 허무하게 내줬다.

그러나 이 감독은 역으로 이 부분을 희망적인 요소로 바라봤다. 몸 관리도 프로의 자질이라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최선을 다해 몸을 관리하는 것도 이다영의 숙제다. 성장 과정에 있는 선수가 한 시즌을 온전히 치러보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풀타임을 뛰어봐야 몸 관리법을 알고, 경기 운영 능력도 배울 수 있다. 선수가 감수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시즌엔 백업 세터를 만들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이다영의 풀타임 소화가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특히 공격 성공 때마다 나오는 ‘흥부자’ 이다영 특유의 세리머니에 힘을 얻고 있다.

주장 앙효진은 “점수가 날 때마다 ‘언니 잘했어’라는 애교 섞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배구가 재미있어지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다영은 세리머니도 개성인 요즘 세대에 맞는 선수다. 내가 관중이라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부분도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이다영을 치켜세웠다.

이다영 또한 올 시즌 주전 세터라는 책임감을 갖고 매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풀타임 소화를 통해 컨디션 난조를 극복하는 법도 배우고 있다. 이다영은 “풀타임은 처음이라 시즌이 거듭될수록 흔들렸는데 그래도 고비를 잘 이겨냈다. 이제는 흔들려도 빨리 감을 찾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다영의 올 시즌 목표는 기본기 연마다. 이제 첫 풀타임 세터로 도약한 만큼 기본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이다영은 “올 시즌은 기본적인 것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절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기교, 기술 등은 그 다음의 문제다. 오늘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큰 그림 아래 이다영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KOVO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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