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조정석X김선호가 살린 '투깝스'…혜리 탓만 할 수는 없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결코 혜리 탓만 할 수는 없다.

MBC 월화극 '투깝스'(극본 변상순 연출 오현종)가 16일 종영했다. 첫 방송 직후 불거진 여주인공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의 연기력 논란은 종영하는 순간까지 따라다녔다.

기자 역할이었다. 이 탓에 혜리의 또렷하지 않은 발성은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 도드라졌다. tvN '응답하라 1988' 성덕선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거듭 나온 것은 캐릭터 표현력을 확장시키지 못했던 탓이다.

가장 큰 비판의 이유는 '응답하라 1988' 이후 SBS '딴따라' 여주인공을 맡았을 때 이미 비슷한 지적이 불거졌음에도, '투깝스'에서 뚜렷하게 개선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단, '투깝스'의 모든 책임을 혜리에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연기력 논란 탓인지, 실제로 혜리의 극 중 비중은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극 중후반부에는 혜리의 연기가 비판을 의식한 기색이 역력했고, 연기력 논란을 제기할 만큼 충분한 장면에 등장한 것도 아니었다.

도리어 '투깝스'의 허술한 극본이 비판 받아 마땅하다.

영혼이 된 사기꾼과 정의로운 경찰의 공조 수사라는 소재를 내걸었으나, 차동탁(조정석), 공수창(김선호) 두 캐릭터의 독특한 매력과 장점을 조화롭게 엮는 데 실패했다.

수사물의 경우 발생하는 사건의 참신함이 필수적이고, 촘촘한 에피소드 배치로 속도감을 높여야 했을 텐데, '검은 헬멧' 사건에만 32회 내내 매달리며 전개는 늘어졌다. 그다지 치밀한 범인이 아닌 데도 '검은 헬멧'에 농락당하는 경찰의 모습은 설득력 얻기 힘들었다.

이 밖에 극 초반 불거진 송지안(혜리) 납치 사건은 어색하기 그지 없었으며, 범인들의 휴대폰으로 현장을 송지안이 생중계하는 등 개연성 떨어지는 장면도 빈번했다. 고봉숙(임세미), 독고성혁(이호원) 등의 캐릭터를 단지 주변 인물에 그치게 만들며,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아니었음에도 자체 최고 시청률은 9.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준수했다. 전작 '20세기 소년소녀' 4.3%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1인2역 연기로 고군분투한 형사 차동탁 역의 배우 조정석과 사기꾼 공수창으로 능청스러운 연기력을 한껏 뽐낸 배우 김선호 덕분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연기 호흡이 없었다면 '투깝스'가 '20세기 소년소녀'를 굴욕적으로 종영시키고 방송한 명분을 단 하나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피플스토리컴퍼니]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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