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모래시계' 이호원 "연예인 그만둘까 고민, 에릭남 조언 도움"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가수 겸 배우 이호원의 청춘은 파란만장 했다. 2010년 인피니트로 데뷔한 뒤 뜨거운 인기를 얻은 그는 지난해 인피니트에서 탈퇴, 홀로 서기에 나섰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선 꼭 해야 하는 선택이었다.

인피니트 탈퇴 후 새 소속사를 만난 그의 첫 행보는 뮤지컬 '모래시계'였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놓인 청춘들의 이야기인 만큼 청춘인 그에게도 많은 공감을 주는 작품이라고. "아무래도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는 "생각이 좀 많은 편이라 점점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20대 초반 어릴 때는 제 개인적인 꿈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 요즘에는 조금 시야가 넓어져서 사회적인 문제들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제 생활은 취준생, 직장인 친구들과 완전하게 같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항상 간접적으로 경험해오던 일들이어서 그렇게 남 일 같진 않더라고요. 공감이 많이 됐어요."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그간 걸어온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면 어떨까. 이호원은 "사실 데뷔하고나서 직업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고등학교 자퇴도 후회하지 않았고, 이후 10년 동안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학교 생활을 못 한 것이 전혀 아쉽진 않았어요. 그거 하나를 버렸기 때문에 데뷔하고 이런 걸 얻었으까요. 환상도 없었고요. 근데 1~2년 전부터 갑자기 억울한 기분이 좀 들더라고요. 굉장히 평범한 이야기들이 갑자기 부럽더라고요. 사실 하고싶은 일 하면서 팬들과 잘 지내는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조금 변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잠 안자고 연습하고 일 하고 해서 얻은 것은 많지만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나' 생각도 들면서 평범한걸 해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호원은 20대 중반을 넘어 자신의 가치관이 더욱 확고해지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깊게 생각해 보게 됐다. 어느새 남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자신을 발견한 순간 '내가 해야될 결정을 나는 왜 내 뜻에 의해 하지 않게 되는게 많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진짜 제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전 어릴 때 학교 자퇴할 때부터 제가 다 결정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렇지 않게 된 것 같더라고요. 아이돌이라는 직업 자체가 아무래도 그런 시스템이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 회의감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죠."

음악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하고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행복했던 그였지만 이제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었다. R&B 가수가 되고 싶었던 만큼 후회하기 전에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릴 때는 시키는대로 하더라도 이만큼 인기를 얻었고, 팬들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돈도 또래들보다 많이 버니까 만족을 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의식을 갖게 되더라고요. 휩쓸려 가고 있는 저를 보게 된 거죠. 내가 진짜 하고 싶은걸 하면서 내 생각대로 사는게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서 그게 좀 무섭더라고요. 용기를 낸 부분도 없지 않게 있어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확신도 반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야 하고 이게 돈을 버는 일이다 보니까 모든 관계들이 있는데 그 관계들도 좀 힘들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는 순수하게 노래하고 춤 추고 싶은데 또 다른 뭔가 해야 되니까 그런 것들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이럴거면 그냥 연예인을 하지 말고 댄서 친구들이랑 댄스학원을 만들까 생각하기도 했죠. 인기에 연연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도 힘들고 정말 순수하게 친구들과 춤만 추면서 살까 했어요. 결국 안 하게 됐지만 그 정도로 춤 추고 노래하는 것 외에 다른 일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선택까지 하게 됐고, 연예인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죠."

마음 정리도 마쳤었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포기해야 할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나 노래는 포기하지 못했다. "10년 넘게 내가 꿈꿔오던 건데, 그걸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온건데, 아직까지 못했고, 그걸 안 하고 끝낸거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삶인데 남 눈치 보느라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이거 하면 누가 욕하지 않을까', '이거 하면 내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런거 따지다가 너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정말 망하더라도 한 번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안 좋았다. 그런 이호원에게 힘이 된 것은 가수 에릭남이었다. 당시 고민을 털어 놓은 그에게 에릭남은 "공책에 다 써봐라.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 다 포기해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한쪽에 쓰고, 그 선택을 했을 때 네가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다 써봐라. 다 쓴 뒤엔 네가 뭘 할 때 제일 행복하고 뭘 할 때 힘든지 써봐라"라고 조언했다.

"에릭남 형 말대로 집에 가서 하루종일 썼어요. 쓰다 보니까 실제로 정리가 되더라고요. 제가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돈, 명예, 인기에요. 진짜 너무 하고싶었던 내가 하고 싶었던 노래였고요. 또 지금까지 저를 좋아해주신 분들, 이 두가지는 포기 못하겠다고 썼어요. 쓰고나니 그러려면 연예인을 그만두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게 됐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더 편해진 마음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뮤지컬 '모래시계',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 출연을 병행하며 연기에 집중하고 있는 그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변함 없었다.

"처음 새 소속사 대표님과의 계획은 무조건 앨범을 먼저 내는 거였는데 '모래시계'라는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 하게 되고 '투깝스'라는 좋은 기회도 얻어 병행하게 됐죠. 근데 올해 상반기에는 앨범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려다 보니까 10배 힘들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직접 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어요. 완전히 제 취향대로 하려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곧 볼 수 있을 거예요."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시간 170분. 2018년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이호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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