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판 사인&트레이드, 베테랑 FA 생존전략 될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사인&트레이드가 베테랑 FA가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생존전략이 될까.

넥센과 롯데가 12일 FA 채태인의 사인&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넥센은 FA로 풀린 채태인과의 계약에 미온적이었고, 심지어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병호의 복귀에 유망주 타자가 즐비하다. 베테랑 채태인을 굳이 안고 갈 이유는 없었다.

롯데는 왼손타자가 필요했다. 채태인은 1루수 혹은 지명타자, 대타도 가능하다. 정교함과 한 방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지난 시즌 연봉의 3배인 9억원을 주면서 FA 계약을 하는 건 부담스러웠다. 결국 롯데는 채태인과 입단을 합의한 뒤 넥센에 사인&트레이드를 제안, 성사시켰다.

넥센은 채태인과 아름답게 결별하면서 원하는 선수도 얻었다. 롯데가 채태인을 FA로 데려가면 보상금만 받거나 20인 보호선수 밖에서 1명을 데려올 수 있었다.(넥센은 이미 전자로 입장정리). 결국 사인&트레이드를 하면서 롯데와의 협의 끝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는 성과를 봤다.

이런 방식의 거래가 KBO리그 FA 시장에 활성화될 것인지가 궁금하다. 최근 구단들은 큰 돈을 쓸 때 쓰더라도 무분별한 고액 투자는 지양하는 분위기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FA들은 엄청난 특별한 무기가 있지 않는 한 더 이상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 하향세를 그을 시점의 선수와 고액계약을 하느니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게 장기적 측면에서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그런 흐름이 뚜렷하게 보인다. 현재 남아있는 7명의 선수(김주찬, 김승회, 최준석, 이우민, 안영명, 정근우, 이대형) 모두 30대 중반의 베테랑이다. 이들 중 김승회는 원 소속구단 두산과 거의 합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나머지 FA들이 사인&트레이드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양 구단의 합의로 보상장치를 최소화하면 이적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이들 모두 나이는 적지 않아도 개개인의 장점은 뚜렷하다.

한편으로 지나친 보상 장벽이 부담스러운 FA 제도의 수정에 대한 필요성이 또 한번 제기된다. FA 등급제를 통해 현실적으로 보상 절차를 조정하면 굳이 번거로운 사인&트레이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채태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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