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햄릿:얼라이브' 김선영 "출산 후 세번째 작품, 더 대담해졌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출산 후 대담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뮤지컬배우 김선영이 출산 후 세번째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년여간 출산과 육아의 시간을 보냈던 그는 지난 2016년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로 복귀한 뒤 지난해 뮤지컬 '레베카'에 이어 현재 뮤지컬 '햄릿:얼라이브'까지 쉼없이 달려 왔다.

뮤지컬 '햄릿:얼라이브'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으로 전세계에 알려진 대표적인 고전 문학을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김선영은 극중 햄릿을 지키고자 한 비운의 왕비이자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역을 맡았다.

김선영은 출산 후의 세 작품을 돌아보며 "다 다르다. 다 내겐 매력적인 작품이고 인물이었다"고 운을 뗐다.

"출산하고 난 후에 만난 '잃어버린 얼굴 1895' 민자영(명성황후)은 사실 몸 풀려고 시작했는데 엄청 힘들었어요.(웃음) 2주간의 공연 기간 동안 제 자신을 시험한 거죠. 무사히 마쳐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어요. 2년 동안 무대를 떠나 그리워 하고 있다가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그 느낌들이 오더라고요."

'잃어버린 얼굴1895' 속 명성황후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뮤지컬 '레베카' 댄버스 부인 역도 마찬가지. "농담처럼 '왜 이렇게 힘든 것만 하는거야' 했다"며 웃은 김선영은 "그만큼 역할들이 너무 힘들었지만 몰입도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2년 동안 좀 묵혀놨던 걸 잘 던져버리고 짜릿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출산 후에 대담해지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출산 전 역할을 바라볼 때 저 스스로 어떤 경계를 잡고 가지려고 했던 게 있었거든요. 이젠 '이것을 해야겠다', '이것은 하기 불편하다'라는 경계들을 조금 허물었죠. 제가 하고싶은 것이 있지만 대중이 저한테 보고싶은 것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출산 후 연기한 민자영을 통해 더 강하게 그런 경계를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이 열었죠."

민자영에 이어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았던 것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다. 더 강한 것을 제대로 풀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세번째 역할인 거트루드는 달랐다. "조금 다른 질감의 캐릭터"라고 정의했다.

그는 "뭔가 안에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을 감추고 조금 누르는 인물"이라며 "원체 그런 캐릭터나 연기를 좋아하기도 했는데 '잃어버린 얼굴 1895'부터 '레베카'까지 하고 나니까 다시 감추려 하는 것들이 어렵더라"고 고백했다.

"발산을 막 하다가 담백하게 담으려고 하니까 힘들었죠. 근데 그런 과정들이 저를 계속 깨우는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절제될 줄은 몰랐어요. 대본을 보긴 봤지만 사실 거트루드가 장면마다 펼쳐 놓는데 수습은 못해요. 그런 것에서 오는 자괴감, 내가 사랑하는 아들 햄릿을 어떻게든 좀 살려 보려고 이런 저런 행동들을 하는데 결국엔 그 모든 것들이 이 아이에게 독이 되잖아요. 궁극적으로 장을 펼친 거죠."

김선영은 엄마의 마음을 떠올렸다. "거트루드 최후의 마무리가 없었다면 굉장히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며 "거트루드는 굉장히 오버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석은 창작 뮤지컬이기에 어려우면서도 반대로 수월했다. "꼭 창작뮤지컬이라는 이유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햄릿'이라는 작품이 새롭게 꾸려지는것을 해보고도 싶었다"며 "좋아하는 배우들이 함께 한다면 무언가는 좋은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창작을 한다는 게 사실 힘들어요. 이 과정이. 그 날것을 갖고 우리가 요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지만 그걸 통해서 더 끈끈해지고 그런게 있더라고요. 결과물을 관객들이 얼마나 받아들여 주시고 사랑해주실지 모르지만 그 과정과 무대를 올리기까지 여정을 만들어가는데 그것 때문에 힘들고, 마음도 상하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고 그런 과정들이 있지만 무대를 딱 올릴 때 얻어지는 그런게 있죠."

뮤지컬 '햄릿:얼라이브'. 공연시간 160분. 2018년 1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MD인터뷰②]에 계속

[뮤지컬배우 김선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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