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윤대영에 '거포의 짐' 맡겨선 안된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벌써부터 주목받는 '거포 유망주'가 있다. 거포의 로망이 있는 LG라면 더욱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다.

지난 해 경찰청에서 타율 .360 24홈런 98타점으로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홈런-타점 1위를 석권하고 타격 순위도 3위에 오른 윤대영(24)은 이제 LG에서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외조카인 그는 청소년대표 당시부터 '야구 집안의 DNA'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1군 무대에서는 검증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과도한 주목은 선수 본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장타력이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는, 거포 유망주의 무덤이었던 LG라면 '거포의 짐'을 맡겨서는 곤란할 수 있다.

아직 LG는 유망주에게 타순 한 자리를 맡기면서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강력한 타선을 갖추지 못했다. 박용택이 건재하고 FA 시장에서 김현수를 영입했지만 외국인타자 영입과 적응 여부, 그리고 안익훈, 유강남, 양석환, 강승호 등 주전을 노려볼 만한 선수는 많지만 완전한 신뢰를 주는 선수는 아직 없다.

오히려 그래서 강팀들이 타자 유망주를 육성하는데 유리함을 갖고 있다. 타자 유망주가 누구 하나 피해갈 수 없는 타선에 속하면 하위타순에 배치돼 자신 만의 스윙을 할 수 있고 당장 못 해도 티나지 않아 부담도 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LG는 강타선을 만드는 과정에 있는 팀인 만큼 윤대영에게 너무 많은 짐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윤대영 스스로 장타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대영은 잠실구장을 바라보면서 "확실히 야구장이 크다는 게 느껴진다"라면서 "장타를 의식하면 안 될 것 같다. 장타는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대영은 장타보다는 생산력이 있는 타자를 꿈꾼다. "득점권 상황에서 점수를 내야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희생플라이 같은 것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동안 LG엔 김상현, 박병호, 정의윤, 최승준 등 거포 유망주가 즐비했으나 안타깝게도 LG에선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의 한계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 유망주가 부담을 덜고 클 수 있는 환경도 부족했고 이들을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 또한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요즘 같은 '타고투저 시대'에 거포 타자는 곧 경쟁력이다. 당연히 윤대영에게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패한 사례들을 비춰볼 때 윤대영이 클 수 있는 '부담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일 것이다.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인내심, 안정된 타선 구축 등이 포함된다.

[윤대영.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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