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화유기', 화 유발하는 드라마인가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화유기',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이다.

케이블채널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는 명실상부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이자 '최고의 사랑' 홍자매와 차승원의 재회, 소설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회를 기점으로 여러 시끄러운 '논란'들이 터졌다. 앞서 '변혁의 사랑'이 초반에 한 배우의 개인적인 이슈로 인해 논란이 되었던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만듦새 부실과 이로 인해 시간을 벌기 위한 지나친 광고, 수많은 시청자들의 아까운 시간이 허비됐고 여기에 다음날 드러난 스태프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줄을 이었다.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적 악동요괴 손오공과 고상한 젠틀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절대 낭만 퇴마극을 표방했다. 자칫 유치할 수 있는 각양각색 캐릭터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을 모았고, 1회에서는 여러 캐릭터들이 버무러지며 처음 만나는 모습이 그려져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시간 20분이 훌쩍 넘는 첫 방송 시간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 모습이었고 특히 이승기의 열연이 빛났다.

약 1년 전 tvN 주말드라마 '도깨비'의 큰 성공에 따른 부담이 컸던 것일까. 진정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1회를 본 시청자들은 "신선하지만 B급 '도깨비'같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그러면서도 "아직 1회 뿐이니까 2회까지는 보고 말하자"라는 반신반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화유기'를 기대했던, 심지어 24일 크리스마스 연휴에 방영됐던 2회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본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던 기자는 '이거 뭔가 잘못됐다'라는 것을 감지했다. 삼장 진선미 역의 오연서가 무대 위에서 우마왕 우휘(차승원)를 만나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 올랐을 때, 악귀들이 그를 에워싸는 과정에서 CG(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되어 안 보여야 할 와이어가 보인 것. 그로부터 조금 후 '중간광고 60초'가 안내됐지만 60초 후에도 '화유기'는 방송되지 않았다. 10여 분 가량 이어진 tvN, 올리브 채널 등의 자사 프로그램 홍보 광고가 쏟아졌다. '마더', '윤식당2', '둥지탈출2' 등의 프로그램이었다.

'화유기'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상황 파악을 위해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말했고, 결국 다음 프로그램인 '문제적 남자' 정상방송을 위해 '화유기' 2회는 갑작스럽게 끝이 나, 시청자들을 더욱 공분케 했다. '화유기' 측은 '2회 후반 작업이 지연돼 방송 송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결국 2회가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채로 방송 시간에 쫓겨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셈이다. 이후 2회를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오후에 다시 내보냈고 '화유기' 3회는 정상방송, 4회는 그 다음주에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통보를 했다. 이래서야 불안해서 '화유기'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제 마음대로 편성에 시청자들이 뭐가 아쉬워서 '화유기'를 볼까.

여기에 스태프의 낙상 사고까지 뒤늦게 알려졌다. 제작진 측은 "안타까운 사고로 아픔을 겪고 계신 가족 분들께 가슴 깊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화유기'에 관심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송구한 말씀을 전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방송 전날인 23일 새벽 2시에 일어난 사고였지만 첫 방송을 강행했고 만듦새도 완벽하지 못한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결과물을 낳았다.

영화의 후반작업은 대부분 편집과 CG 처리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그에 비해 드라마는 PPL, 광고, 배우들의 스케줄 등을 이유로 거의 생방송급으로 촬영이 이뤄진다. 그렇다보니 정작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CG는 가장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미뤄지고, 스태프들의 막대한 피해와 시청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촬영장에서 일을 하고, 어설픈 작품성으로 시청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뺏을 셈인가.

진정 '화'를 유발하는 드라마다. 배우들의 열연이 제작진의 과욕으로 이대로 묻힐까 안타깝다.

[사진 = tvN 제공-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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