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종현아 고마워"…태연의 눈물 그리고 약속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오래오래 노래할게요. 약속 꼭 지킬게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태연의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모두가 걱정이 컸습니다. 절친했던 동료를 하늘로 떠나 보낸 바로 다음 날 콘서트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씩씩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태연은 내내 밝은 얼굴로 노래했습니다. 팬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깜짝 마술쇼도 선보이며 슬픈 기색은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레인(Rain)'을 노래할 때는 촉촉이 젖은 날씨마냥, 태연의 목소리가 평화의전당을 적셨습니다.

태연의 곁에는 아주 자그마한 트리가 놓여있었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둔 듯 트리에 손을 올리고 다정하게 노래했습니다. 태연은 트리를 가리켜 "오늘 꼭 소개해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 트리는 저의 소중한 친구가 선물해 준 트리예요. 얼마 전 멀리 여행을 떠난 우리 친구가 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던 트리예요."

영원한 별이 된 종현 이야기였습니다. 태연은 종현을 "로맨틱하고, 다정하고, 마음이 따뜻한, 나눌 줄 아는 친구"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어느새 젖어 있는 눈빛으로 고마워한 태연입니다.

"굉장히 블링블링 빛나는 예쁘고 멋진 친구였고, 덕분에 저는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꾸준히 트리를 켜놓고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태연은 평화의전당을 채운 관객들에게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공연 날 아침 태연의 어머니가 먼저 딸에게 "많은 사람들이 너를 보러 오는 이 자리를 위해서 네가 공약을 하나 해라"고 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믿고 안심을 하신다. 그래야 앞으로도 안심을 하고 널 또 보러 올 수 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무대에 오른 태연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연과 어머니는 오히려 걱정하고 있을 팬들을 염려했습니다. 약속을 반드시 지킬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배려였습니다.

"오래오래 노래할게요. 멀리 안 가고, 옆에서 노래 열심히 하고 음악 열심히 하고 그럴게요.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리는 공약도 어떻게 보면 매 무대마다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오늘은 조금 더 무게감과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진심을 담아서 오래오래 노래할게요. 약속 꼭 지킬게요."

약속을 꺼내던 순간, 태연은 3일 내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태연이 울자, 팬들도 울었습니다. 다만 눈물의 끝에 약속이 있기에 팬들도 "고마워" 외치며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대견한 가수입니다. 여린 감성을 지녔지만 강인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힘을 내 공연에 오른 그 책임감과 마음 때문입니다.

태연은 3일간의 공연을 마무리하며 스태프들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무대를 떠나기 직전 하늘을 향해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늘 지켜보고 있을 친구를 위해서도, 태연이 약속을 꼭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멀리 간 우리 종현이도 고맙습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태연 인스타그램]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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