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안나 카레니나' 민우혁 "팬층 넓어져, 무대서 사명감 갖게 됐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사명감 갖게 됐죠"

배우 민우혁은 요즘 그 누구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KBS 2TV '불후의 명곡', '살림하는 남자2'에 출연하며 각종 지방 공연을 소화하고, 1월 개막하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연습과 콘서트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더 바빠졌지만 민우혁은 환하게 웃었다. 피곤한 기색도 없다. 자신을 바쁠 수 있게 만들어준 팬들의 사랑, 그로 인한 사명감 때문이다.

민우혁은 "집에 들어갈 시간이 없다"고 운을 뗀 뒤 "관객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 그에 보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 덕에 어머니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어요. 기분이 너무 좋죠. 제일 기분 좋은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모르시는 분들이 나를 알게 되고 뮤지컬을 보러 와주세요. '태어나서 뮤지컬 처음 봤어요'라고 얘기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죠. 뮤지컬배우로서 되게 행복한 일이에요."

민우혁의 주 무대는 뮤지컬 무대. 방송 덕분에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자신을 만들어준 뮤지컬 무대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꾸준히 활동중이다. 현재 뮤지컬 '안나 카레리나'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상당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안나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무대로 옮겨 표현한 작품. 극중 민우혁은 안나와 사랑에 빠지는 러시아 장교 브론스키 역을 맡았다.

그는 "브론스키를 어떻게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할지 분석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며 "러시아 창작 뮤지컬인 만큼 러시아 연출진들이 원하는 방향성이 있어 조금씩 의견을 내면서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그 때 당시 러시아의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표현 자체가 좀 달라요. 한국은 좀 애절하게 사랑을 이야기 한다면 러시아는 그렇게 표현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딱 봐도 귀족이니까 그런 연기를 바라요. 가만히 서있어도 안나가 자신을 사랑할 거란 걸 아는 거죠. 허리 숙이거나 하는 것도 없어요. 유일하게 딱 한 동작, 손에 키스할 때만 조금 숙이죠. 표현에 있어 다른 부분이 있어요."

표현에 있어선 절제를 추구하지만 민우혁은 브론스키에 대해 "굉장히 사랑꾼"이라고 정의했다. 연애 결혼이 아닌 정략 결혼만 하던 러시아 귀족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뜨거운 사랑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안나와 브론스키는 엄청난 사랑을 한다"며 "결국엔 그 스캔들로 인해 안나의 비극적인 삶이 시작되고 두 사람 모두 많은 것을 잃지만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는 분명 전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장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잃은 두 남녀가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 등이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거죠. 러시아 제작진은 많이 표현하지 말라고 하고 지켜보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도 분명 공감이 많이 되실 거예요. 그런 합의점을 잘 찾아간다면 되게 좋은 드라마가 나올 것 같아요."

민우혁은 자신과 브론스키의 공통점을 묻자 "운명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것도 생각 안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세미 씨랑 처음 만났을 때 딱 4개월 만나고 이 여자랑 무조건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때 당시 나이도 어리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반대했고, 온갖 안 좋은 소리가 다 들렸지만 내겐 그런 얘기가 하나도 안 들렸다"고 털어놨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브론스키와 안나에게 사랑의 불꽃이 튀었을 때도 그랬을 것 같아요. 주위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이 둘은 '괜찮아. 우리 둘만 있으면 돼'라고 얘기하거든요. 물론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한 거고, 저는 절대로 안 그러겠지만 안나와 브론스키는 확실히 운명적인 사랑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어 민우혁은 '안나 카레니나'가 절제된 표현을 하면서도 음악으로 복잡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고 햇다. "연기하면서 멜로디 자체도 이상하다 생각할 정도로 음악이 어려웠다"면서도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 속 음악은 신 안에서 인물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대사 한마디 안 하고 동선만 안 해도 저 사람이 어떤 감정인지 알 거예요. 그 정도로 음악이 너무 훌륭하죠. 처음에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했을 때 실황 영상을 봤는데 시작한지 딱 10분 만에 '이거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압도적이었죠. '이거 쓴 사람 최소 천재다'라고 생각했어요. 가창은 되게 어렵지만 음악의 힘이 커서 감정이 잘 표현돼요."

민우혁은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 "서로 각기 다른 인물이 각자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방향성이 주제인 것 같다"고 정의했다. "다 내려놓은 운명적인 사랑을 통해 행복을 얻는 것"이라며 "내가 잃었던걸 다시 만들어 나가면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서로 원하는 방향성만 다르고 결국에는 모두 자기의 행복을 위해 간 거예요. 결국에는 방향성이 달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비극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행복인 거죠. '행복이란 무엇인가'가 주제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민우혁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는 당연히 무대에서 행복을 얻었다. 또 팬들의 사랑으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무대 서고 관심 받는게 좋았다면 지금은 아예 달라졌어요. 무대에서 사명감을 갖고 하죠. '어떤 모습이 멋있어 보일까' 고민하기보다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요. 무명 생활이 길었는데 누군가는 지금 저의 모습을 보고 꿈을 키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죠.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키면서 모범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편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2018년 1월 10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다. .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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